국방부가 어제 남북한 정상회담을 나흘 앞두고 최전방 지역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격 중단했다.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대응 조치로 방송을 재개한 지 2년3개월 만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남북한 상황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지만, 이번처럼 남북한 합의 없이 우리 측이 선제적으로 멈춘 것은 처음이다.

“남북한 간 상호 비방활동을 중단하고, 평화를 일구기 위한 조치”라는 국방부의 설명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남북한 정상회담에서 군사대결 종식 선언을 이끌어내고, 실질적인 긴장완화 결과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정부 방침에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북한과 비핵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우리의 중요한 대북 압박 수단을 스스로 내려놓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선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심리전(戰)의 일종인 확성기 방송은 북한이 두려워하는 ‘아킬레스건’이다. 북한은 방송에 K팝 히트곡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발전상, 북한 사회 실상 등의 내용이 담겨 있어 심각한 체제 위협으로 받아들여 왔다. 우리 군 당국이 2015년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맞서 확성기 방송을 11년 만에 재개하자 확성기를 겨냥해 고사포를 발사하는 도발을 자행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우리 군이 방송을 멈추지 않자 북한은 고위급 접촉을 먼저 제안하고 나설 수밖에 없었다.

국방부는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을 뿐만 아니라 한·미 합동 키 리졸브 연습을 남북한 정상회담 당일에 중지하고, 이달 말까지 예정된 독수리 훈련도 정상회담 전날 마치기로 했다. 성공적인 남북한 정상회담을 위한 분위기 조성이라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핵 폐기에 대한 김정은의 의지를 직접 확인하기도 전에 이런 조치들을 내놓는 것은 대북협상력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도 새겨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