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통신사 거치지 않는 '자급제폰', 삼성 이어 LG·화웨이도 출격 예고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와 화웨이도 국내 시장에 프리미엄 자급제 스마트폰 출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9·S9플러스 자급제폰이 좋은 반응을 얻는 등 시장 상황이 변하는 데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자급제폰으로 잇따라 출시될 경우 7% 안팎에 머물고 있는 자급제폰 판매 비중이 두 자릿수를 넘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LG전자, 화웨이도 자급제폰 검토

[모바일] 통신사 거치지 않는 '자급제폰', 삼성 이어 LG·화웨이도 출격 예고
LG전자는 내달 출시 예정인 플래그십 스마트폰 ‘G7 씽큐’를 상반기 내 자급제 모델로 함께 내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초 하반기 일정으로 자급제폰 출시를 검토했지만 삼성전자 자급제폰이 좋은 반응을 얻자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관계자는 “상반기 내 자급제폰 출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갤럭시S9·S9플러스를 자급제폰으로 출시했는데 한 달 동안 10만 대 이상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S9의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하지만 그동안 자급제폰 시장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자사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자급제폰으로 출시한 것은 갤럭시S9 시리즈가 처음이다.

화웨이 ‘P20프로’
화웨이 ‘P20프로’
중국 1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도 플래그십 제품을 자급제폰으로 내놓는 것을 검토 중이다. P20, P20프로 등 올해 출시된 플래그십 모델을 포함할 예정이다. 화웨이는 2016년 12월 LG유플러스를 통해 P9·P9플러스를 선보인 뒤로 국내 시장에 플래그십 제품을 내놓지 않았다. 이동통신사 의존도를 낮추고 1% 수준에 머물고 있는 한국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화웨이는 올 1월 미국에서 베스트바이, 아마존 등 유통업체와 계약을 맺고 메이트10 프로를 자급제폰으로 유통했다. 일본과 유럽에서도 자급제폰 판매를 강화하는 추세다.

그동안 한국 스마트폰 시장은 ‘외국산 폰의 무덤’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해외 제조사들이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동통신사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판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애플을 제외하면 국내 시장에서 별다른 영향력이 없었다. 하지만 자급제폰은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도 인터넷 쇼핑몰이나 홈쇼핑, 오프라인 매장 등 다양한 채널로 판매할 수 있어 해외 제조사 입장에서도 시장을 확대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약정 할인율 25% 상향이 영향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스마트폰은 통신사에서 판매하는 것과 자급제폰으로 구분할 수 있다. 통신사들이 판매하는 스마트폰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알뜰폰사업자 등 통신사로부터 구매할 수 있다. 자급제폰은 제조사가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인터넷 쇼핑몰이나 삼성디지털프라자, LG베스트샵 같은 오프라인 판매점에서 파는 단말기다.

자급제폰은 기존에 사용하던 유심을 바꿔 끼워 사용할 수 있다. 단말기만 구매한 뒤 별도로 통신서비스에 가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통신사에 12개월 이상 특정 요금을 쓰기로 약정하면 요금 25% 할인 혜택도 동일하게 받을 수 있다. 특정 통신사 전용 선탑재 앱(응용프로그램)이 없어 사용자 환경이 단순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국 스마트폰 시장은 그동안 통신사를 통한 판매가 대부분이었다. 통신사가 삼성전자, 애플, LG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와 기업 거래 방식으로 스마트폰을 대량 구매한 뒤 고객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특정 통신사 단독 출시 모델을 제외하면 통상 한 모델을 1만 대 이상 구입하기 때문에 다양한 모델이 출시되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 때문에 인기가 높은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제외한 중저가폰은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부 모델에 보조금을 집중적으로 지급하는 일이 많은 것도 이유다.

최근 자급제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배경으로는 선택 약정 할인율 상향이 손꼽힌다. 작년 9월 선택 약정 할인율이 20%에서 25%로 높아진 이후 단말기를 구입할 때 공시 지원금보다 선택 약정 할인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특히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우 공시 지원금이 적기 때문에 선택 약정 할인을 택하는 것이 이득이다.

그렇다 보니 갤럭시S9을 자급제폰으로 구입해 통신사 약정 할인을 받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자급제폰은 판매점이 자체 제공하는 신용카드 청구 할인이나 쿠폰, 포인트 등을 활용해 출고가 대비 10% 이상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통신사에서 기기를 할부로 구입할 경우 6% 안팎의 할부이자를 내야 하지만 오픈마켓에서 구입하면 카드 무이자 할부 등의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고가 상품이다 보니 온라인몰에서 제공하는 포인트 누적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