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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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생명 규모 3조원대…인수 시 '승자의 저주' 우려도

신한금융지주가 KB금융지주에 4개 분기 연속 '리딩뱅크' 자리를 내줬다. 일회성 이익을 제외한 실적은 비슷하지만 신한금융이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기 위해선 뚜렷한 묘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관심을 표명한 ING생명 인수는 묘수이면서 동시에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올해 1분기 8575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작년 1분기 일회성 요인이었던 신한카드 대손충당금 환입금 약 2800억원이 사라지면서 전년 대비 순익이 14% 감소했다.

경쟁사인 KB금융의 1분기 순이익은 9682억원으로 작년보다 11.3% 늘었다. KB국민은행 명동 사옥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 1150억원이 포함됐다. 이를 제외한 순이익은 8532억원으로 신한금융과 비슷한 수준이다.

두 금융지주사가 미묘한 차이로 실적 경쟁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지만 '왕좌'는 KB금융이 차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신한금융은 7년간 사수하던 1위 자리를 지난해 2분기 KB금융에 빼앗겼다. 이후 올해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2위 자리에 머물러 있다.

금융권 1위 자리 다툼에 쏠렸던 시장의 눈은 ING생명 인수전으로 향해 있다. 매물로 나온 ING생명에 신한금융과 KB금융이 나란히 관심을 보이면서 경쟁 구도가 형성된 것.

작년 말 기준 ING생명의 자산규모는 31조원으로 삼성·한화·교보·농협·미래에셋에 이은 업계 6위다.

신한생명의 자산규모는 30조원으로 업계 7위다. ING생명을 품에 안으면 총자산 61조, 업계 5위로 뛰어오른다. NH농협생명(자산규모 64조원)이 차지하고 있는 업계 4위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자산규모 9조원인 KB생명이 ING생명과 합병하면 업계 17위에서 5위로 단숨에 올라선다. KB금융은 KB생명의 취약한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일찍이 기업 인수합병(M&A)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ING생명이 신한금융의 리딩뱅크 재탈환을 위한 '묘수'가 될 수 있지만 인수 자체가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NG생명 인수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ING생명 인수 이후 늘어나는 신한금융의 지배주주순이익은 2000억원 내외"라며 "인수를 통해 규모상 확실한 1등이 되는 것도 아니다"고 평가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한생명이 ING생명과 합병해도 대형 생보사(삼성·한화·교보)에 견줄 만한 자산규모와 경쟁력을 갖추긴 어려울 것"이라며 "ING생명이 거금을 들이고 매수할 정도로 시장에서 큰 매력을 가진 기업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한금융그룹이 자칫 '승자의 저주'를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쟁에서 이겼지만 이 과정에서 과도한 비용을 치른 까닭에 큰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ING생명의 몸값은 약 3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작년 5월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ING생명을 코스피 시장에 상장시켜 몸집을 키웠다. 현재 MBK는 ING생명 지분 59.15%를 보유 중이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