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회 팽개치고 선거만 챙긴 여야
‘남북한 정상회담이 열리는 이번주는 최대한 정쟁을 자제한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 3당 지도부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회동한 뒤 내놓은 공동입장문의 마지막 구절이다. 하지만 불과 다섯 시간 뒤 이 약속은 공염불이 됐다. 이날 오후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또다시 ‘네 탓 공방’이 벌어진 것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당 대변인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드루킹 사건에) 연루시키는 마구잡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쟁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집권당의 오만방자함이 하늘을 찌른다”고 맹비판했고,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청와대와 여당이) 북한에는 극진한 예우를 다하면서 최소한의 야권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이유는 뭐냐”고 거들었다.

4월 임시국회는 이미 3주가 흘러 폐회까지 불과 1주도 남지 않았다. 대정부질문,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국회 차원의 헌법개정안 마련 논의,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선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 등 국회가 ‘밥값’을 해야 할 일들은 쌓여 있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이날도 전 민주당원의 댓글 조작 의혹과 관련한 ‘드루킹 특검’ 실시를 놓고 여야가 공방을 주고받았을 뿐이다. 국회 정상화는 말 그대로 언감생심이다.

이 와중에도 각 당의 지방선거 준비는 착착 처리되고 있다. 한국당은 이달 초 호남을 제외한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자를 모두 공천했다. 민주당도 지난 21일까지 17개 시·도지사 공천을 마무리지었다. 바른미래당도 서울시장 선거에서 가장 빠르게 선거캠프를 꾸렸다.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등 각 당의 조직 정비도 무난하게 진행되는 분위기다. 국회가 바퀴 빠진 수레처럼 꼼짝하지 않는 것과는 딴판이다.

일각에서는 여야가 말로만 국회 정상화를 촉구하면서 정작 일을 제대로 하려는 의지 자체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 합의로 5월 임시국회를 다시 열 수도 있지만 선거국면에서 그렇게 하겠느냐”며 “그때쯤 되면 자기 당 소속 지역구 후보를 지원하느라 국회가 텅 비어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