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회로도 통해 치매·파킨슨병 맞춤형 치료법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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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나 50+ 어워즈' 첫 대상 받은 이진형 美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
뇌졸중으로 쓰러진 외할머니 보며
전기공학서 뇌과학으로 전공 바꿔
환자별 뇌 회로 분석 도구 개발
뇌질환 조기 진단·치료 길 열어
뇌졸중으로 쓰러진 외할머니 보며
전기공학서 뇌과학으로 전공 바꿔
환자별 뇌 회로 분석 도구 개발
뇌질환 조기 진단·치료 길 열어
“상금은 뇌질환 환자 치료를 돕는 데 유용하게 쓰겠습니다.”
23일 ‘라이나 50+ 어워즈’를 수상한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41·사진)는 상금 2억원을 “헛되이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라이나생명은 지난해 4월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이 상을 제정하고 첫 번째 대상 수상자로 이 교수를 선정했다. 50대 이상 세대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 인물이나 단체에 주는 상이다. 이 교수는 파킨슨병과 치매 등 현대인의 불치병 치료에 희망을 준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반도체 회로와 뇌 신경 회로의 동질성에 주목해 뉴런 회로도 개념을 도입, 뇌 질환을 조기 진단하고 치료 가능성을 증명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교수는 “모든 학위를 전기공학으로 받았지만 뇌과학자로 방향을 바꾼 이유는 외할머니 때문”이라며 “외할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12년간 고생하다가 돌아가시기까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손가락만 한 칩에 생체정보를 가지고 다니는 첨단과학의 시대에 살면서 왜 작은 뇌 혈관 하나가 터졌을 뿐인데 재활밖에 치료법이 없는지 답답했습니다. 스마트폰이 고장났을 때 전원 버튼을 계속 껐다 켜면 언젠가 고쳐지지 않을까 하고 몇 년을 기다리진 않잖아요. 뇌질환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환자와 가족을 위해 뇌를 전자회로처럼 고칠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죠.”
이 교수는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UCLA 전기공학부 교수직 제안을 거절하고 뇌 회로도 연구에 뛰어들었다. 담당 교수도 실패할 것이라며 그를 말렸다. 이 교수는 2010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를 이용해 뇌 활성화 부위와 뇌 신경세포 회로 간 관계를 밝히는 데 성공했다. 뇌 전체뿐만 아니라 신경세포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기술을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이 교수는 “기존 뇌과학자와 다른 방법으로 연구하다 보니 여러 차례 반대에 부딪혔다”며 “반도체 회로와 뇌 회로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내 생각이 맞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반대하더라도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라면,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다면 밀고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 연구를 바탕으로 2011년 환자별 뇌 회로를 분석할 수 있는 도구인 ‘뉴로매치’를 개발하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LVIS를 창업했다. 뇌 회로를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생동적인 시각화(Live visualization)의 약자다. 지난 3월에는 스탠퍼드대 의대에서 뇌전증(간질) 환자를 대상으로 뉴로매치를 활용한 맞춤형 전기자극 치료에 성공했다. “그동안 뇌질환은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어 약물을 여러 가지 사용해 보거나 장기간 뇌파를 분석해서 짐작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이제는 환자마다 뇌 회로의 기전을 밝히고 분석해서 원인을 찾고 적합한 치료법을 찾아주는 게 목표입니다.”
이 교수는 뉴로매치가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뇌 뉴런 회로 지도가 만들어진다면 뇌전증뿐만 아니라 파킨슨병, 알츠하이머까지 뇌와 관련된 질환을 정복할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병원과 공동 연구를 하고 싶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국사람이다 보니 무엇보다 우리나라 뇌질환 환자 치료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외할머니와의 약속이니까요.”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23일 ‘라이나 50+ 어워즈’를 수상한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41·사진)는 상금 2억원을 “헛되이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라이나생명은 지난해 4월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이 상을 제정하고 첫 번째 대상 수상자로 이 교수를 선정했다. 50대 이상 세대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 인물이나 단체에 주는 상이다. 이 교수는 파킨슨병과 치매 등 현대인의 불치병 치료에 희망을 준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반도체 회로와 뇌 신경 회로의 동질성에 주목해 뉴런 회로도 개념을 도입, 뇌 질환을 조기 진단하고 치료 가능성을 증명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교수는 “모든 학위를 전기공학으로 받았지만 뇌과학자로 방향을 바꾼 이유는 외할머니 때문”이라며 “외할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12년간 고생하다가 돌아가시기까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손가락만 한 칩에 생체정보를 가지고 다니는 첨단과학의 시대에 살면서 왜 작은 뇌 혈관 하나가 터졌을 뿐인데 재활밖에 치료법이 없는지 답답했습니다. 스마트폰이 고장났을 때 전원 버튼을 계속 껐다 켜면 언젠가 고쳐지지 않을까 하고 몇 년을 기다리진 않잖아요. 뇌질환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환자와 가족을 위해 뇌를 전자회로처럼 고칠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죠.”
이 교수는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UCLA 전기공학부 교수직 제안을 거절하고 뇌 회로도 연구에 뛰어들었다. 담당 교수도 실패할 것이라며 그를 말렸다. 이 교수는 2010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를 이용해 뇌 활성화 부위와 뇌 신경세포 회로 간 관계를 밝히는 데 성공했다. 뇌 전체뿐만 아니라 신경세포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기술을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이 교수는 “기존 뇌과학자와 다른 방법으로 연구하다 보니 여러 차례 반대에 부딪혔다”며 “반도체 회로와 뇌 회로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내 생각이 맞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반대하더라도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라면,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다면 밀고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 연구를 바탕으로 2011년 환자별 뇌 회로를 분석할 수 있는 도구인 ‘뉴로매치’를 개발하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LVIS를 창업했다. 뇌 회로를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생동적인 시각화(Live visualization)의 약자다. 지난 3월에는 스탠퍼드대 의대에서 뇌전증(간질) 환자를 대상으로 뉴로매치를 활용한 맞춤형 전기자극 치료에 성공했다. “그동안 뇌질환은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어 약물을 여러 가지 사용해 보거나 장기간 뇌파를 분석해서 짐작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이제는 환자마다 뇌 회로의 기전을 밝히고 분석해서 원인을 찾고 적합한 치료법을 찾아주는 게 목표입니다.”
이 교수는 뉴로매치가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뇌 뉴런 회로 지도가 만들어진다면 뇌전증뿐만 아니라 파킨슨병, 알츠하이머까지 뇌와 관련된 질환을 정복할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병원과 공동 연구를 하고 싶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국사람이다 보니 무엇보다 우리나라 뇌질환 환자 치료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외할머니와의 약속이니까요.”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