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형 자동차 부품주에 비상이 걸렸다. 실적 악화로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을 갚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재무 건전성이 나빠진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차입금 상환을 위해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설 수 있다며 투자에 주의할 것을 권했다. 유상증자나 CB 전환권 행사는 주식 가치를 희석시켜 주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23일 코스닥시장에서 성우하이텍은 170원(2.77%) 하락한 59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9일 106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해 9.46% 급락한 것을 포함해 최근 3거래일 동안 13% 넘게 떨어졌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성우하이텍 유상증자로 자동차 부품업체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은행 대출 연장이 어려운 업체들이 유상증자나 메자닌(CB 등 주식 관련 사채)으로 자금 조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자동차와 한국GM 등 완성차 업체의 실적 둔화에 타격을 받은 자동차 부품주는 지난 1년 동안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자동차용 고무 부품을 만드는 화승알앤에이는 이 기간 41%, 자동차 트렁크와 도어 등을 납품하는 아진산업은 39% 떨어졌다. 자동차 섀시를 공급하는 화신도 37% 내렸다. 이들 업체는 재무 건전성 우려로 당분간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시가총액 1조원 미만 중소형 자동차 부품업체 82곳의 평균 부채비율은 166%였다”며 “성우하이텍처럼 현금성 자산 대비 만기도래차입금이나 이자발생부채가 많은 기업은 신중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성우하이텍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자금이 8900억원인데 현금성 자산은 2470억원,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은 602억원에 불과해 유상증자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성우하이텍의 순현금(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총차입금)은 마이너스 1조원이 넘는다.
화승알앤에이도 부채비율이 371%에 달하고, 올해 만기도래 차입금이 5600억원을 넘는다. 금방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1248억원에 불과하다. 완성차 업체를 따라 해외 공장 투자를 늘렸지만 영업이익이 2016년 1053억원에서 작년 358억원으로 급감한 탓이다.
경창산업은 올해 만기도래 차입금이 2485억원인데,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109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191억원 규모 투자부동산을 매각하고, 자산재평가를 시행해 부채비율을 319%에서 250%로 줄였지만 차입금을 갚기 위해선 추가로 자산을 매각하거나 증자 등 자금 조달에 나서야 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시가총액이 큰 중견 자동차 부품주는 재무 건전성도 튼튼한 편이다. 시총 7500억원대인 에스엘은 순현금이 866억원, 시총 4500억원대인 세방전지는 순현금이 1931억원에 달한다. 모든 차입금을 갚고도 이만큼 현금성 자산이 남는다는 뜻이다. 정 연구원은 “자동차 부품주에 투자한다면 순현금을 보유하고, 잉여현금흐름(FCF)이 전년보다 개선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탄핵 정국에 트럼프발(發) 관세 충격으로 흔들리는 상황 속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정보기술(IT) 대장주 네이버와 카카오는 AI 사업으로, 엔터주는 대표 아이돌 그룹의 활동 재개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다. 이들 업종은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 고환율 수혜를 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지수는 최근 한 달(7일 종가 기준)간 8.24% 오르며 KRX 지수 중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코스피지수(1.34%)와 코스닥지수(3.47%)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현재 KRX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지수 내 시가총액 상위 1~3위 종목은 네이버·카카오·크래프톤이다. 이들은 AI 사업에 대한 기대로 최근 한 달 동안에만 각각 8.15%, 13.67%, 10.53%씩 상승했다.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 AI 모델(메타 라마)의 10분의 1 비용으로 챗GPT에 맞먹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선보이자 국내에선 네이버와 카카오가 조명을 받았다. 미국이 주도하던 AI 시장에서 후발주자들이 함께 경쟁하는 사업 환경이 펼쳐질 것이란 기대에서다.네이버는 국내에서 AI에 가장 많이 투자한 기업이다. 한국형 AI 모델 개발에 적합한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해 AI 사업을 진두지휘할 것이란 소식도 투자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카카오와 크래프톤 주가도 AI 사업에 대한 기대가 밀어올렸다. 챗GPT 개발사 오픈AI 창업자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4일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를 만나 AI 협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정책에 글로벌 증시와 암호화폐 시장이 급락한 가운데, 트럼프 일가가 이번 폭락을 틈타 이더리움을 매입한 정황이 전해졌다.블룸버그통신은 최근 “트럼프 일가의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프로젝트인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한 여파로 암호화폐 시장이 폭락한 후 수천만달러 상당의 이더리움을 축적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물가를 자극하고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급락했다.블록체인 데이터 분석기업 난센에 따르면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이 소유한 지갑 주소는 지난 3일 이더리움을 2만1177개 추가로 매수했다. 이 주소는 지난달 이더리움이 횡보하며 약세를 보인 시기에 3억4000만달러(약 4921억원) 규모로 이더리움을 매입했다.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알트코인 대장주 이더리움은 500만원을 반납하고 약세를 이어가 418만원 선까지 후퇴했다.트럼프 일가는 암호화폐 프로젝트인 월드리버티파이낸셜 등을 통해 암호화폐 기반의 대출 등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도 이더리움 추가 매수를 시사했다. 지난 4일 에릭은 X(옛 트위터)를 통해 “내 생각에는 지금이 이더리움을 매수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틀 후엔 “지금은 비트코인을 매수하기 좋은 시기”라고 말하기도 했다.시장에서는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이 토큰을 매도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은 이에 대해 “우리는 보유한 토큰을 매도하지 않는다”며 “최근 토
순자산 180조원의 상장지수펀드(ETF) 업계에서 수수료 인하 경쟁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ETF 업계 ‘투톱’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선두 다툼 과정에서 총보수는 소수점 넷째자리까지 내려갔다. 비용을 줄일 수 있으니 투자자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다. 전문가들은 자산운용사들이 내세우는 ETF 총보수 뿐만 아니라 숨은 비용까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숨은 비용을 포함하면 수수료율이 뒤바뀌는 경우가 있는 데다 장기투자시 적은 비용 차이가 큰 수익률 차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저수수료 경쟁 반가운 투자자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7일 미국 대표지수형 ETF인 ‘KODEX 미국S&P500’과 ‘KODEX 미국나스닥100’의 총보수를 연 0.0099%에서 연 0.0062%로 인하했다. 6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TIGER 미국S&P500’과 ‘TIGER 미국나스닥100’의 총보수를 기존 대비 10분의 1 수준인 연 0.0068%로 낮추자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ETF 시장 점유율 1, 2위인 삼성자산운용(점유율 38.1%)과 미래에셋자산운용(35.6%)의 수수료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3월에도 월배당형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ETF인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의 연간 총보수를 0.29%에서 0.08%로 내렸다. 삼성자산운용이 구조가 비슷한 상품인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를 총보수 연 0.09%에 내놓으면서다. 2023년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차전지 레버리지 ETF의 총보수를 삼성자산운용보다 낮은 수준으로 조정했다.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업계 최저 수수료’ 타이틀을 내걸며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은 ET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