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플랜트 부실과 부동산 규제 강화 움직임에 오랫동안 정체됐던 건설주가 날아오르고 있다. 남북한 관계 개선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란 기대가 커진 데다 해외 저가수주 문제도 올해 대부분 마무리돼 실적 호전이 예상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북사업 수혜 기대 커져
23일 코스피 건설업지수는 1.61포인트(1.30%) 오른 125.57에 마감했다. 장중 130.61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동부건설 우선주(29.75%)가 가격 제한폭까지 뛴 것을 비롯해 현대건설(1.39%) 대림산업(0.85%) GS건설(0.27%) 등 주요 건설주가 동반 상승했다. GS건설은 이달에만 30.24% 올랐다. 현대산업개발(18.47%), 현대건설(16.96%), 대우건설(15.56%), 대림산업(12.23%)도 이달 들어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경제협력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투자심리를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청와대는 종전선언을 거쳐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북한도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식 개혁·개방 정책을 본격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북한 경제개발을 위해선 한국 건설회사들의 투자, 기술이전, 시공 등의 역할이 요구될 것”이라며 “건설업에 대한 과감하지만 합리적인 상상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대북사업과 관련해 현대건설을 ‘톱픽’(최선호주) 건설주로 꼽고 있다. 현대건설은 1997년 북한 신포지구에서 착공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원전 사업의 시공 주관사를 맡은 경험이 있다. 1999~2006년까지 7000억원 규모의 대북사업도 진행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북사업은 민간공사도 공공공사도 아닌 특수한 공사유형”이라며 “대북사업이 재개되면 초기에 현대건설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인은 이날에만 현대건설 주식 507억원(유가증권시장 2위)어치를 순매수했다.
◆“건설주 30%가량 저평가”
건설사들의 올해 실적도 좋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2013년부터 불거진 해외 저가수주 공사가 올해 거의 마무리된다는 게 실적 기대를 키우는 요인이다. GS건설은 올해 사우디 PP-12 복합화력발전소, 쿠웨이트 와라 압력시설 등 큰 손해를 봤던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오경석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GS건설이 올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영업이익 작년 대비 545% 증가)를 내는 등 주요 건설사의 해외현장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며 “주가의 발목을 잡았던 실적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1분기 건설주의 예상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조643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37.1% 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적이나 순자산과 비교해 주가 수준이 낮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대형 5개사(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GS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은 0.8배로 유가증권시장 대형주와 비교해 30%가량 할인돼 있다.
한국 증시가 위기라고 한다. 등을 돌린 개인투자자가 돌아오지 않고 있어서다. 코스피지수는 작년 하반기에만 15% 가까이 빠졌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 논란, 계속되는 분할상장, 잊을 만하면 나오는 유상증자, 넘쳐나는 ‘좀비기업’에 지쳤다는 하소연도 외면하기 어렵다.시장의 관리자이자 감시자인 한국거래소 역할이 막중한 이유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오는 15일 취임 1년을 맞는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만나 증시 운영 계획을 들었다. 그는 “과거에 기업들은 우리 증시에 상장돼 있다는 걸 명예롭게 생각했다”며 “시장 관리와 감독을 대폭 강화해 명예를 되찾아주는 게 내 임무”라고 강조했다.▷작년엔 국내 증시가 역대급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이유가 뭘까요.“분명한 건 미래 현금 흐름의 현재 가치가 주가란 점입니다. 기업이 얼마나 벌어들일지에 대한 예상이 중요하다는 거죠. 사람들은 10~20년 후 삼성전자 수익성이 유지될지, 우리 배터리 기업이 중국과 경쟁할 수 있을지 자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산업 경쟁력 약화가 근본 배경인 점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인정받은 게 ‘가장 빠른 추격자’(fastest follower) 전략이었는데 요즘엔 그렇지 않죠. 인공지능(AI) 같은 분야에서 성과가 제대로 안 나오는 걸 보세요. 이대로면 일본처럼 30년 이상 침체를 겪지 않으리란 법이 없습니다.”▷일본 기업들 경쟁력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많지만 닛케이지수만 보면 꽤 오르지 않았나요.“지난 10년 정도만 놓고 보면 그렇지만 길게 보면 다릅니다. 1990년 초 3만8000을 넘은 닛케이지수는 2000년대 8000까지 떨어졌다가 작년
순자산 180조원의 상장지수펀드(ETF)업계에서 수수료 인하 경쟁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ETF업계 ‘투톱’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선두 다툼 과정에서 총보수는 소수점 넷째 자리까지 내려갔다.비용을 줄일 수 있으니 투자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전문가들은 자산운용사가 내세우는 ETF 총보수뿐만 아니라 숨은 비용까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숨은 비용을 포함하면 수수료율이 뒤바뀌는 경우가 있는 데다 장기투자 시 적은 비용 차이가 큰 수익률 차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저수수료 경쟁 반가운 투자자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7일 미국 대표지수형 ETF인 ‘KODEX 미국S&P500’과 ‘KODEX 미국나스닥100’의 총보수를 연 0.0099%에서 연 0.0062%로 내렸다. 6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TIGER 미국S&P500’과 ‘TIGER 미국나스닥100’의 총보수를 기존 대비 10분의 1 수준인 연 0.0068%로 낮추자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ETF 시장 점유율 1, 2위인 삼성자산운용(점유율 38.1%)과 미래에셋자산운용(35.6%)의 수수료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3월에도 월배당형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ETF인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의 연간 총보수를 0.29%에서 0.08%로 내렸다. 삼성자산운용이 구조가 비슷한 상품인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를 총보수 연 0.09%에 내놓으면서다. 2023년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차전지 레버리지 ETF의 총보수를 삼성자산운용보다 낮은 수준으로 조정했다.대형 자산운용사가 ‘업계 최저 수수료’ 타이틀을 내걸며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은 ETF 시장에서 치열한 점유율 선
조각투자 업종이 제도권 편입으로 다시 투자자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각투자는 미술품 등 비싼 자산을 소액으로 살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하지만 거래량 부족 등 여러 요소를 살피지 않았다가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6월부터 제도권으로 들어오는 대표적 조각투자 플랫폼은 뮤직카우(음악)와 카사·루센트블록·펀블(부동산) 등이다. 이미 법제화를 완료한 미술품, 한우 등에서 생태계가 한층 넓어진다. 이들 업종은 도산절연이 필요한 자산(비금전신탁 수익증권)으로 특별 취급돼 샌드박스(규제 유예)에 기대 왔다. 하지만 지난 3일 금융위원회가 관련법 개정에 나서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지게 됐다.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에겐 음악 조각 플랫폼이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뮤직카우를 예로 들면, 투자자는 별도 앱을 이용해 원하는 노래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해당 노래는 공연과 방송 등을 통해 계속 저작권 수익을 만들어내고, 투자자는 보유 지분만큼 이를 나눠 받는다. 6일 기준 거래가 가장 활발한 노래인 아이유의 ‘라일락’, 윤하의 ‘비가 내리는 날에는’ 등은 저작권료의 연간 수익률이 7~7.3%로 웬만한 고배당주 못지않다.부동산 조각 투자는 투자자 관점에서 리츠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각자의 플랫폼에서 공모자금을 모으고, 건물을 사서 지분을 나눠주는 게 기본 구조다. 임대수익은 연 3~5% 배당금처럼 지급된다. 편입 자산의 몸집이 가벼워 비교적 빨리 매각차익을 남기기도 한다. 카사는 2021년 9월 역삼한국기술센터(공모가 약 85억원) 건물의 투자자를 모아 2022년 4월 매각까지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