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정물과 인물, 풍경화를 두루 섭렵했다. 풍경화는 그가 45년간 살았던 서울 혜화동 주변을 많이 그렸다.
1973년 가을께 완성한 이 그림 역시 집 담장 너머 성균관의 풍경을 잡아낸 걸작이다. 성균관 앞의 푸르스름한 나무, 명륜당에 노란 빛을 세숫대야로 퍼붓는 듯한 은행나무를 밝고 명랑하게 붓질했다.
수평 구도와 서양의 원근법을 애용해 작품의 안정감도 더했다. 평안한 구성 속에 현실감을 강조한 색채 표현, 고요한 분위기에 특별한 비중을 둔 게 돋보인다. 문화재의 소중함과 자연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미학과의 조화를 추구해 아름다움의 본질을 명확하고 중후하게 살려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