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왼쪽), 이주민 서울청장.
이철성 경찰청장(왼쪽), 이주민 서울청장.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지도부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보고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23일 ‘김 의원이 거론된 사실을 언제 알았느냐’는 질문에 “(서울청장이) 휴가를 떠나기 앞서 8일 ‘드루킹 사건에 김 의원 이름이 나오는데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검찰과 협의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며 “서면으로 정식 보고를 받은 것은 12일 오전”이라고 답했다.

그는 그러나 김 의원이 ‘드루킹’ 김모씨에게 인터넷 기사 주소(URL)를 보낸 사실 자체는 19일 언론보도가 나온 다음날 보고를 받을 때까지 몰랐다고 말했다. 하나하나 보고받기 시작하면 수사진이 힘들고 일 진행도 어려워 실질적으로 개별 보고를 받고 있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의 연루는 알았는데, URL은 몰랐다는 해명은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의 해명도 이 청장과 비슷하다. 이 서울청장은 지난 19일 김 의원이 김씨에게 URL을 보냈다는 보도가 나오자 뒤늦게 두 사람의 관련성을 인정하며 “16일 간담회 전까지 해당 내용을 몰랐다”고 말했다. 경찰 최고지도부 두 사람이 정치권 주요 인사가 연관된 수사의 보고를 받으면서 핵심 내용은 파악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청장은 경찰 조직 수장으로서 수사 전달에 혼선이 있었던 점은 사과하면서도 은폐·부실수사는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서울청의 언론대응 미숙 등으로 오해를 받은 점은 굉장히 아쉽다”며 “특별검사나 국정조사 이야기가 나오는 마당에 경찰이 뭘 감추겠나”고 강조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청 사이버수사대 소속 김모 경감은 이날 경찰 내부게시판에 ‘드루킹 사건 수사팀장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경감은 “모든 직원이 법과 양심에 따라 밤낮없이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수사팀 중 여러분 앞에 떳떳하고 당당하지 못할 직원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