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신기술 정책은 소비자 후생에 초점 맞춰야
4차 산업혁명은 ‘창조적 파괴’를 수반한다. 온라인의 신세계를 개척한 3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오프라인 기업들과 직접적 갈등이 거의 없었다. 삼성 및 현대와 네이버 및 카카오의 관계가 그랬다. 그러나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두 세계가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은 필연적으로 갈등 구조가 될 수밖에 없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의 갈등 문제가 창조적 파괴라는 숙명적 모습으로 다가온 것이다.

원자로 이뤄진 오프라인 현실 세계는 연결 비용이 비싸고 공유가치 창출이 미미해 소유 경제가 본질적 속성이었다. 한편, 비트로 이뤄진 온라인 가상 세계는 연결 비용이 거의 공짜고 막대한 공유가치 증가로 공유 경제가 본질적인 속성이 된다. 4차 산업혁명에서 서로 다른 두 세상이 충돌하면서 극심한 갈등 구조가 세계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공유 경제의 선두 격인 우버와 같은 운송 공유 서비스다. 기업가치가 80조원에 육박하는 우버 같은 기업들은 O2O(온·오프라인 연계) 융합 기술로써 소비자들에게 막대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의 디디추싱, 동남아시아의 그랩, 인도의 올라 등이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이 집중 투자하는 4차 산업혁명의 미래 인프라 산업인 이유다.

그런데 왜 한국에는 필리핀, 인도, 인도네시아에서도 번창하는 산업을 규제하고 있는지 질문해 보자. 이유는 기존의 오프라인 운송 사업체 보호 때문이다. 주요 국가의 4차 산업혁명 정책의 화두는 ‘무엇이 소비자에게 이익인가’로 집약된다. 새로운 O2O 사업자도, 기존 오프라인 사업자도 아닌, 소비자의 후생 확대가 국가 정책의 목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 후생으로 더 큰 국부를 창출하는 국가는 4차 산업혁명의 수혜자가 될 것이고, 기존 사업자 보호에 몰두하는 국가는 그 반대가 될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소비자를 위한 가치창출은 혁신을 통해 이룩된다. 혁신은 창조적 파괴이고 보호는 혁신을 저해한다. 칭기즈칸은 ‘성을 쌓는 자는 망할 것이고, 이동하는 자는 승리할 것’이라는 톤유쿠크의 마지막 비문을 좌우명으로 삼았다. 소비자의 선택이 시장경제 혁신의 원동력이다. 기업가는 숱한 혁신을 시도한다. 그러면 시장은 그중 합리적 혁신을 선택한다는 것이 시장을 통한 사회 발전의 원리다. 그런데 개별적인 시장 가격과 거래 계약을 일일이 정부가 통제하면 시장의 역동성은 사라진다. 세계적 평가 10위권의 기업을 70위권의 정부가 통제하면 결국 국가 전체의 하향화가 발생할 것은 명확하다. 단,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보장하기 위한 정보의 비대칭 해소와 협상력의 불균형 해소는 정부의 역할이다.

최근 문제가 된 카카오 택시도 소비자 관점에서 시장 원리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시장은 항상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인 시장 실패가 발생한다. 이를 조절하는 것이 가격이다. 수요가 넘치면 가격이 올라가 공급이 늘어나게 돼 불균형을 극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수요와 공급에 무관하게 고정 가격이 강제되면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들이다.

소비자들은 요금 추가 부담보다 더 많은 택시 운행을 바랄 것이다. 택시 공급이 부족할 때 추가 비용을 통해 택시들이 더 많이 영업 현장에 나오게 하는 인센티브 구조는 시장 원리에서는 너무나 당연하다. 추가 비용 없이 더 많은 택시를 운행시키는 비법이 있다면 문제는 달라지지만, 이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패러다임이다.

과거에는 이런 탄력적 시장 가격 조절 메커니즘이 기술적으로 어려웠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은 실시간으로 지역별 택시 수요와 공급의 조절을 가능케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국가 정책의 핵심은 신기술 사업에 대해 소비자 후생의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초기에 판단이 어려울 경우 한시적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소비자의 가치를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규제는 목적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수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