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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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의 우상향 추세가 이어지면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70달러 가까이 치솟았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WTI가 추가 상승해 70달러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6월 인도분 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0.24달러(0.35%) 상승한 68.6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0.65달러(0.88%) 오른 74.71달러를 기록했다. 2014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예멘 반군 정치 지도자 살레 알리 알사매드가 사우디아라비아의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소식 등으로 국제 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도의 원유 감산을 비판하고 나섰지만 오름세가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장중 국제유가가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며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을 앞두고 수요 증가 기대와 함께 원유 재고 감소 가능성이 제기된 점도 상승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원유시장이 비수기에 진입하고있지만 미국 원유 재고는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 수급이 빡빡해진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줄을 잇고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OPEC의 감산 기간 연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비춰 WTI는 연말 배럴당 75달러까지 완만히 상승할 것"이라며 "원유 상승 시 수익이 발생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매수를 추천한다"고 밝혔다.

강동진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타이트한 원유 수급과 지정학적 위험 상승으로 유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며 "5월 이란 핵협정(JCPOA)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유가는 강세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초 희박할 것으로 간주되던 OPEC의 감산 기간 연장 가능성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대표는 지난 20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모여 작년 1월 시작한 하루 180만 배럴(OPEC 120만 배럴·비OPEC 60만 배럴) 규모의 감산을 성공적으로 평가했다.

임 연구원은 "6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OPEC 정례회의에서 출구전략에 나설 것이란 시장의 우려와 달리 감산 기간 연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OPEC의 감산 이행률은 3월 165%를 기록하는 등 증가하고 있고, 미국 셰일 생산량 증가는 둔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원유 생산 및 프로판트 생산 기업들의 생산자 물가가 높은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국제 유가 상단을 제약하던 미 셰일오일 기업의 증산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셰일오일 기업이 미완결 유정(DUC)을 통해 빠른 속도로 증산을 추진했으나 셰일오일 최대 생산지인 퍼미안(Permian) 지역은 이미 산유량이 송유능력의 한계 도달 직전인 상황"이라며 "미국의 증산속도 둔화 가능성을 고려하면 OPEC 주도의 수급 이슈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70달러 이상(WTI 기준)의 국제 유가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많다. 다음달 이란 핵협정 갱신을 앞두고 미국의 파기 가능성이 불거졌지만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에 전문가들이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강 연구원은 "빠른 유가 상승은 원유 수요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WTI가 배럴당 70달러를 장기간 상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원유 수요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만큼 유가 밴드는 배럴당 60~72달러로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5월 중 이란 핵협정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 될 지에 따라 단기 유가 변곡점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미 대통령의 주장대로 미국이 5월12일 이란 핵협정을 탈퇴한다면 이란의 원유생산 차질로 유가 상방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면서도 "WTI가 70달러를 돌파할 수 있겠지만 이후 60달러 내외에서 하향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회피 선호 증가는 원유에 대한 투기적 자금 유입 감소 요인으로 작용해 유가 하락 압력을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료=KB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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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