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지가 상향 요구·추진위 설립시점 미루기도
◆“공시지가 높여달라” 요구… 추진위 설립 늦추기도
재건축 부담금은 준공인가일 기준 조합원의 새 아파트 가격에서 재건축 추진위 설립승인일 기준 아파트 공시가격, 정상주택가격 상승분 총액, 공사비 등을 뺀 차액에 부과율을 곱해 산정한다. 정상주택가격 상승분 총액은 공시가격과 정기예금이자율, 인근 주택 가격 상승률 등에 의해 자동 결정된다. 부과율도 국토교통부가 결정한다.
최근 4년간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가팔랐던 터라 부담금 규모가 클 전망이다. 국토부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조합원 1인당 최고 8억4000만원에 달하는 부담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합들이 부담금 줄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다.
추진위 설립을 준비 중인 개포주공 5~7단지 주민들 일부는 이달 초 한국감정원에 ‘공시지가를 상향조정해달라’는 의견을 냈다. 공시지가를 최대한 높여야 향후 준공시점 아파트 가격과의 차이를 좁힐 수 있어서다. 공시지가가 오르면 재산세가 늘어난다. ‘재건축 부담금 폭탄이 늘어나는 재산세보다 더 무섭다’는 것이 공시지가 상향조정을 요구한 주민들의 판단이다. 국토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 개포주공 6단지 전용 73.02㎡는 15억3000만원(4층)에 거래됐다. 이 단지의 올해 초 공시지가는 7억7600만~8억4000만원이다. 공시지가가 실거래가의 절반 수준이다. 이 공시가격이 시작시점 가격으로 잡히면 새 아파트가 들어섰을 때 조합원들이 막대한 금액의 부담금을 낼 가능성이 높다.
개포주공 5단지는 재건축추진위 설립시점을 내년으로 미뤘다. 개포6·7단지도 사업 일정을 늦추기로 했다. 이들 단지는 당초 오는 5~9월 추진위 구성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올해 공시가격으로 재건축 부담금을 산정하면 세금 폭탄을 맞는다”며 “조금이라도 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추진위 구성시점을 뒤로 늦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고급화하고 ‘1대1 재건축’ 추진”
새 아파트 개발 비용을 높여 부담금을 낮추는 방법은 대부분 조합에서 검토하고 있다. 조합의 재량권이 가장 높은 항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공사비, 특화설계비, 조합운영비 등이 포함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부담금 부과 대상인 조합들은 예외 없이 이 항목을 두고 셈을 하고 있다”며 “상당수 조합원들도 재건축으로 벌어들인 수익금을 세금으로 내느니 아파트 품질에 투자해 고급화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급 소재를 쓰고 단지 내 녹지공간·커뮤니티 조성에 투자를 한다면 향후 아파트를 매매할 때 좋은 조건으로 거래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이 관계자는 “동부이촌동의 래미안 첼리투스의 경우 최고급 시설을 갖춘 56층짜리 랜드마크 단지로 재건축을 추진했다”며 “이 때 조합원당 분담금이 평균 5억4000만원에 달했지만 2015년 준공 후 전용면적 124㎡(11층) 가격이 24억원으로 수직상승하는 등 완공 후 가치가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1대1 재건축으로 돌아서는 단지도 많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사업장 중 알짜 입지로 꼽히는 압구정 3구역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3구역 추진위원장 자리에 오른 윤광언 위원장의 선거 공약이 1대1 재건축이었다. 1대1 재건축은 조합원에 배정되는 재건축 아파트를 기존 주택보다 최대 30% 이내에서 늘리는 재건축을 말한다. 반드시 소형 평형을 배치해야 하는 ‘2대 4대 4’ 규칙을 적용받지 않는다. 현재 서울 등 일부 지자체는 재건축 후 가구 수의 20%를 전용 60㎡ 이하, 40%를 전용 60~85㎡로 반드시 배정하도록 하고 있다. 1대1 재건축을 하면 아파트 면적을 늘릴 수 있고, 소형 평형을 배치할 필요가 없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일반분양을 하지 않으면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이 늘지만 대형 평형을 배정받는 장점이 있다”며 “일반분양분이 많으면 재건축 부담금이 늘어나는 구조이다 보니 차라리 1대1 재건축을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합 해산 후 추진위 재설립?”
정비업계에서는 극단적인 꼼수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조합을 해산한 뒤 처음부터 다시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신설 추진위 설립 시기를 기준으로 재건축 부담금을 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단, 정비구역이 바뀌는 등 명백한 사유가 아니라면 부담금 회피를 목적으로 추진위, 조합을 해산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고 정부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8조는 재건축 부담금 산정 시작 시점을 ‘주택재건축사업을 위하여 최초로 구성된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승인된 날’로 정하고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조합을 해산한 뒤 시행사가 재건축을 주도하는 것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시행사가 조합원으로부터 집을 모두 사들여 재건축을 한 뒤 완공후 다시 나눠주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며 “이런 경우 조합을 해산해도 되기 때문에 재건축 부담금 규제를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시행사가 조합원 100%의 동의를 얻어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며 “이에 대한 정부의 제재도 있을 수 있어 현실성은 떨어진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