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완의 논점과 관점] 말 많은 '특임공관장 확대'
얼마 전 지인을 만나러 중국 상하이 인근 도시를 찾았다. 현지에선 상하이 총영사 인사가 화제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중국과 별 관련이 없는 ‘낙하산 인사’가 와서 교민들 불만이 크다는 얘기였다. 특히 전임 상하이 총영사는 임명된 지 8개월 만에 사직 통보를 받았는데, 인사에 불만을 제기해 인수인계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고 한다. 한 교민은 “중국인에게 왜 8개월 만에 새 총영사가 왔는지 설명하는데 좀 민망했다”고 말했다.

상하이 총영사의 ‘낙하산 인사’에 관심이 간 것은 문재인 정부가 비(非)외교관 출신을 대거 특임공관장으로 발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월 재외공관장 인사에서 60명을 임명하면서 16명을 특임공관장으로 발탁했다. 최근 ‘드루킹 사건’에 등장한 오사카 총영사도 이번 정부 들어 처음 정치권 관련 인사가 특임공관장으로 가서 논란이 됐다. 이들 중 일부는 전임자의 임기, 일부 국가의 아그레망 등으로 부임은 하지 않았다.

30%를 특임공관장으로

돌이켜보면 주변 4대국(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대사를 임명할 때도 모두 ‘비외교관’을 낙점해 말이 많았다. 당시엔 정권 초기인 데다 인사권자의 의중이 중요했기 때문에 큰 이슈가 되진 않았다. 그러나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사례와 같은 인사 실패가 누적되고, 공기업 금융기관 등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친정권 인사가 무더기로 임명되면서 현지 교민들도 점차 재외공관장 인사에 대해 “너무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특임공관장 비율을 30%까지 늘리겠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의 15%에 비해 두 배나 많다. 첫 번째 발탁 기준으로 ‘신정부 국정철학 및 정책기조에 대한 높은 이해와 확고한 실천의지’를 제시했다. 물론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사가 업무도 잘 처리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그러나 특임공관장으로 임명된 인사들을 보면 전문성 측면에서 그렇지 못하다는 게 중론이다.

상하이 교민들은 특임공관장의 실패 사례로 상하이 총영사를 주저 없이 꼽는다. 상하이 총영사관은 상하이와 장쑤성, 저장성 안후이성 등을 관할한다. 이곳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만 6만 명이 넘는다. 조선족을 포함한 재외동포는 15만 명에 달한다. 현지 진출한 기업도 많다. 이들에 대한 보호와 비자 발급 영사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주요 업무인데, 교민들 불만이 적지 않다고 한다.

특임공관장 때 대형 사건 터져

상하이 총영사에 비외교관이 부임한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 때부터였다. 기업인, 캠프 출신 인사, 정치인, 대학교수 등이 차례로 거쳐갔다. 2011년 상하이 총영사관에선 ‘덩신밍 스캔들’이 터졌다. 신원이 불분명한 여성 로비스트와 총영사관 외교관들이 깊숙이 연루돼 최악의 외교참사로 기록된 사건이다. 2016년엔 중국인에게 협박받은 한국인 모녀가 신변 보호를 요청하자 담당영사가 “민사사건 아니냐”며 거절해 교민사회를 격분시켰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상하이 총영사에 임명된 정치권 인사는 총선 출마를 이유로 중도 귀국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현지에서는 “상하이 총영사관의 내력을 좀 안다면 전문성이 있는 사람을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항변을 하고 있다.

재외공관장을 꼭 전문외교관이 맡아야만 하는 것인지, 정답을 꼭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지 사정을 제대로 살펴 적절한 인물을 고르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한 총영사를 8개월 만에 밀어내고 새로 발탁한 총영사가 좋은 성과를 내길 기대할 따름이다.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