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를 3D 영상으로 재생… 게임 보는 재미 키웠죠"
“게임은 이제 영화나 드라마처럼 ‘시청하는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패러다임이 바뀐 거죠.”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태우 민코넷 대표(사진)는 “야구 경기를 즐겨보는 사람이 꼭 야구를 직접 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게임도 직접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하는 영상을 보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4년 10월 창업한 민코넷은 ‘3차원(3D) 리플레이’ 범용 기술을 상용화했다. 이 기술이 처음 적용된 것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국산 게임 ‘배틀그라운드’.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유튜브나 트위치에서 수많은 배틀그라운드 영상을 볼 수 있게 된 데는 이 회사의 3D 리플레이가 큰 역할을 했다.

3D 리플레이는 단순히 게임 플레이를 영상으로 녹화하지 않는다. 게임 진행 상황을 ‘데이터’로 기록한 뒤 이를 3D 영상으로 재구현한다. 이 덕분에 슬로모션이나 다양한 카메라 시점 등으로 게임 영상을 영화처럼 편집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배틀그라운드는 가로와 세로가 8㎞인 땅에서 최대 100명이 총싸움을 벌이는 게임”이라며 “복잡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기록하면서 게임이 버벅대지 않게 하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고 했다.

세중게임스 대표를 지낸 뒤 민코넷을 세운 김 대표는 창업 후 2년 동안 꼬박 연구개발(R&D)에만 매달렸다. 그는 “창업 3개월 만에 투자를 받는 등 운이 좋았던 덕분”이라며 “당장 먹고살 돈을 벌어야 했다면 이런 기술을 개발할 엄두를 못 냈을 것”이라고 했다. 민코넷은 ‘작지만 기술력이 강한 기업’이다. 직원 80% 이상이 석·박사 학위를 받은 엔지니어다. 대부분 서울대와 KAIST를 나와 삼성전자, 인텔, 넥슨, KT, 일렉트로닉아츠(EA) 등을 거쳤다.

3D 리플레이는 시네마틱 영상을 제작해주는 것 외에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된다. 김 대표는 “배틀그라운드는 인기가 많은 만큼 부정 프로그램 사용자가 많아 골치였다”며 “3D 리플레이로 자신의 캐릭터가 어떻게 죽었는지 명확히 알 수 있게 되면서 부정 프로그램 사용자를 쉽게 걸러낼 수 있다”고 했다.

배틀그라운드를 통해 3D 리플레이 기술이 알려지면서 해외 대형 게임사에서도 도입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이전에 비슷한 기술이 특정 게임에 사용된 적은 있지만, 누구나 쉽게 가져다 쓸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진 것은 3D 리플레이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 3D 리플레이를 도입하는 게임사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게임이 미디어 콘텐츠가 되는 시대에 핵심 기술을 가진 회사로 민코넷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