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댓글창은 '여론의 창' 아닌 '어그로 전쟁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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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사태' 일파만파
틀딱충·홍어족·김치녀…
댓글 통해 혐오표현 확산
"읽을수록 불쾌하다" 피로감
틀딱충·홍어족·김치녀…
댓글 통해 혐오표현 확산
"읽을수록 불쾌하다" 피로감
“댓글 보러 왔습니다.” “기사는 읽어보고 댓글 단 거냐?”
네이버 뉴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런 댓글은 포털로 인해 변질된 한국인의 뉴스 소비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사는 대충 읽으면서 네티즌끼리 독한 댓글로 치고받는 ‘싸움 구경’을 더 즐기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네이버 뉴스가 댓글 기능을 처음 도입한 것은 2004년. 초반엔 여론을 보여주는 창(窓)으로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고질적인 악플 문제에다 ‘드루킹 사건’으로 여론 조작의 실체까지 드러나면서 이제는 ‘인터넷 공해’ 수준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관심을 끌려고 일부러 악의적인 글을 남기는 이른바 ‘어그로’도 하나의 놀이처럼 이뤄지고 있다. 어그로는 ‘공격적인’이란 뜻을 지닌 영어 단어 어그레시브(aggressive)에서 파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지역이나 노인, 저소득층,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 단골 소재로 쓰인다.
‘홍어족’(전라도 비하) ‘틀딱충’(노인 비하) ‘한남충’(남성 비하) ‘김치녀’(여성 비하)처럼 입에 담기도 거북한 단어들이 널리 퍼진 통로가 바로 네이버 뉴스 댓글이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네이버 댓글을 보면 숨이 막히고 지친다”(foam***), “싸움판이 된 지 오래인 포털 뉴스 댓글은 아예 안 본다”(soso***), “여론으로 믿을 수 없어서 절대 읽어보지 않는다”(dalh***) 등과 같이 ‘댓글 피로감’을 호소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 때문에 표현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그동안 큰 지지를 얻지 못한 ‘댓글 실명제’나 ‘댓글 폐지론’까지 공론화되고 있다. 지난 17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댓글 실명제에 대한 찬성은 65.5%, 반대는 23.2%로 나타났다.
이재국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가 일일이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네이버나 다음이 댓글의 부작용을 스스로 줄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를 거친 뒤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포털들이 여론 조작을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이나 능력이 없다면 한계를 인정하고 뉴스 서비스에서 댓글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네이버 뉴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런 댓글은 포털로 인해 변질된 한국인의 뉴스 소비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사는 대충 읽으면서 네티즌끼리 독한 댓글로 치고받는 ‘싸움 구경’을 더 즐기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네이버 뉴스가 댓글 기능을 처음 도입한 것은 2004년. 초반엔 여론을 보여주는 창(窓)으로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고질적인 악플 문제에다 ‘드루킹 사건’으로 여론 조작의 실체까지 드러나면서 이제는 ‘인터넷 공해’ 수준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관심을 끌려고 일부러 악의적인 글을 남기는 이른바 ‘어그로’도 하나의 놀이처럼 이뤄지고 있다. 어그로는 ‘공격적인’이란 뜻을 지닌 영어 단어 어그레시브(aggressive)에서 파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지역이나 노인, 저소득층,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 단골 소재로 쓰인다.
‘홍어족’(전라도 비하) ‘틀딱충’(노인 비하) ‘한남충’(남성 비하) ‘김치녀’(여성 비하)처럼 입에 담기도 거북한 단어들이 널리 퍼진 통로가 바로 네이버 뉴스 댓글이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네이버 댓글을 보면 숨이 막히고 지친다”(foam***), “싸움판이 된 지 오래인 포털 뉴스 댓글은 아예 안 본다”(soso***), “여론으로 믿을 수 없어서 절대 읽어보지 않는다”(dalh***) 등과 같이 ‘댓글 피로감’을 호소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 때문에 표현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그동안 큰 지지를 얻지 못한 ‘댓글 실명제’나 ‘댓글 폐지론’까지 공론화되고 있다. 지난 17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댓글 실명제에 대한 찬성은 65.5%, 반대는 23.2%로 나타났다.
이재국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가 일일이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네이버나 다음이 댓글의 부작용을 스스로 줄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를 거친 뒤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포털들이 여론 조작을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이나 능력이 없다면 한계를 인정하고 뉴스 서비스에서 댓글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