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10년… 전문영역 없이 쏟아지는 '붕어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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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Biz
변호사 2만5000명으로 늘었지만…법률 서비스는 '제자리'
변시 준비에 함몰된 로스쿨
특성화 강의 941개 중 19%가
학생들 외면 등으로 사라져
지방에선 64% 폐강한 곳도
전문자격 가진 입학생 급감
작년 51명…7년 새 반토막
변호사 2만5000명으로 늘었지만…법률 서비스는 '제자리'
변시 준비에 함몰된 로스쿨
특성화 강의 941개 중 19%가
학생들 외면 등으로 사라져
지방에선 64% 폐강한 곳도
전문자격 가진 입학생 급감
작년 51명…7년 새 반토막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출범 10년을 맞았지만 당초 세웠던 목표를 달성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회 각 분야 경험자를 법조인으로 키워 다양한 법률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취지가 변호사시험 합격이라는 눈앞의 목표에 치여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방의 한 로스쿨은 인권과 공익 분야에 특화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법무부 인가를 받았지만 관련 과목의 64%를 폐강하는 상황까지 몰렸다. 로스쿨 출범으로 변호사 수가 2만5000명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을 찾기가 어렵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로스쿨은 2009년 전국 25개 대학에서 일제히 문을 열었다. 대학들은 저마다 정보기술(IT), 환경, 부동산, 인권, 금융, 해운통상, 기업 등 각 분야에 특화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며 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로스쿨의 특성화 교육은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다. 변호사가 되지 못하면 특성화 교육으로 습득한 지식 자체를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로스쿨 특성화 전략은 시작부터 차질을 빚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로스쿨 출범 2년째인 2011년 전국 로스쿨(자료 제출 23개교)에서 개설한 특성화 강의 941개 가운데 178개(18.9%)가 폐강됐다. 수강신청 인원 미달이 주요 원인이었다.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2~2014년 조사에서도 평균 폐강률이 16%였다. 인권·공익에 특화하겠다는 지방의 한 로스쿨은 조사기간에 89개 특성화 과목을 마련했지만 실제 수업까지 이어진 것은 32개에 불과했다. 폐강률이 64%에 이른다. 동북아법에 특화한 로스쿨 또한 28개 특성화 과목 중에서 15개를 폐강했다. 로스쿨의 특성화 약속이 ‘공수표’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로스쿨들은 출범 초기부터 드러난 문제가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50% 이하로 하락하면서 학생들 사이에 특성화 과목을 외면하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다. 변호사시험 전체 합격률은 1회 87.51%에서 꾸준히 떨어져 지난주 발표한 7회 때는 절반(49.35%)을 밑돌았다. 해마다 1500명 안팎의 응시자가 변호사 자격을 얻지만 합격률은 시험이 거듭될수록 떨어진다. 입학 정원(2000명)의 75% 정도만 변호사시험을 통과하기 때문에 매년 500명이 재시험을 치러야 한다. 응시자가 계속 쌓이면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궁극적으로 20% 중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게 로스쿨들의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로스쿨 학생들은 재학기간 내내 변호사시험 합격에 사활을 건다. 대학도 학생들을 변호사시험에 붙이는 게 먼저여서 특성화 수업을 강요하지 않는다. 변호사시험 필수 과목인 민법, 형법 등의 수업은 언제나 ‘북새통’을 이룬다. 로스쿨 관계자는 “특성화 과목 이수를 졸업 요건으로 정한 학교는 고려대 아주대 등 6곳에 불과하다”며 “로스쿨이 ‘붕어빵’ 변호사를 쏟아내는 창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후하지 않은 로스쿨 10주년 평가
로스쿨 입학생 중에서 전문 자격증 보유자도 많지 않다. 지난 10년간 전체 로스쿨 입학생은 모두 1만6672명(올해 제외)으로 이 가운데 의사 간호사 한의사 등 의료인과 공무원(군인 포함) 회계사 변리사 세무사 등 전문 분야 종사자 및 전문 자격증 보유자는 530명(3.18%)에 불과했다. 전문 분야 종사자 출신 입학생은 2010년 114명에서 지난해에는 51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반면 28세 이하 학생 비중이 70%에 달해 로스쿨이 학부 졸업생의 취업 도피처가 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지식을 가진 변호사 배출이라는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으면서 결국 법률시장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변호사 2만5000명 시대를 맞이했지만 사법시험 제도 때와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계약 관련 분쟁으로 변호사를 찾고 있다는 한 인터넷 쇼핑몰 업체 운영자는 “변호사들이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믿기 어렵다”며 “변호사는 차고 넘친다는데 막상 누구에게 사건을 맡겨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로펌업계에서는 로펌을 거치지 않고 바로 개업하는 졸업생이 한 해 1000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로스쿨들은 변호사시험이 학생들이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돼야만 특성화 프로그램이 효과를 본다고 주장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10주년을 맞았지만 로스쿨 제도 도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하다”며 “특화된 법률 인재를 배출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