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슈베르트 피아노 삼중주 2번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배리 린든’(1975)은 18세기 후반 레드먼드 배리라는 아일랜드 출신 청년의 이야기를 다뤘다. 청년은 인생역정 끝에 아름답고 부유한 귀족 미망인 레이디 린든과 결혼한다. 영화는 이 같은 행운 속에서도 현명하지 못한 태도로 인해 점차 그의 삶이 몰락하는 과정을 빼어난 영상미와 탁월한 배경음악으로 그렸다.

영화 가운데 압권은 레드먼드가 레이디 린든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촛불 조명 속 카드놀이 장면이다. 배경음악으로 슈베르트(1797~1828)가 만년에 지은 곡 가운데 숭고한 걸작으로 꼽히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를 위한 삼중주곡 제2번’의 느린 2악장이 사용됐다. ‘고독한 걸음’으로 표현되곤 하는 신비로운 곡의 주제가 실내와 실외의 고즈넉한 밤 풍경이 그려지는 영화 속에서 몽환적으로 펼쳐진다. 마지막 4악장에도 이런 느낌은 부분적으로 재현돼 영화의 전체적인 통일성과 품격을 고조시킨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