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감축과 소비 진작, 고령층 소득 보전 등의 취지에서 ‘주택연금 확대 정책’이 시행된 지 만 2년이 됐다. 자기 집을 주택금융공사에 맡기고 월 일정액을 받는 한국의 주택연금은 기본적으로 가입자가 유리한 구조다. 하지만 가입자가 많이 늘지 않자 정부는 2016년 4월 가입대상을 확대했다. 나이 조건을 완화해 연금지급 기간도 확 늘렸다.

당시 ‘재테크 전문가’들이 “일찍 가입하면 무조건 이익”이라고 했을 정도로 조기 가입자는 손해 볼 일이 거의 없는 ‘정부발(發) 연금 상품’이었다. 그때도 “이런 제도를 유지하려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괜히 먼 훗날까지 걱정하는 소수의견” 정도로 밀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주택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개선방안’ 보고서는 당시 걱정이 기우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경제성장률, 집값 동향, 인구변수를 반영할 때 주택연금의 부실로 정부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 2044년까지 최대 7조8000억원에 달한다는 게 KDI 전망이다.

주택연금이 선의에서 시작됐지만 재무구조와 지속가능성은 제대로 못 본, 또 하나의 ‘이상적 복지 프로그램’으로 전락할 공산이 커졌다. 조기가입자만 유리해진 상황은 국민연금의 구조와 다를 바 없다. 온갖 이상적 복지제도를 성급히 도입하면서 일단 가입자부터 늘리자는 식의 조급한 ‘국가 설계주의’가 우리 사회에 그만큼 만연해 있는 것이다. 갈수록 고갈 시점이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되는 국민연금의 재정분석이 무섭지도 않은가. 건강보험 재정도 마찬가지다.

가입자는 급증하고 주택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지면 주택연금 적자는 KDI 추계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교육 의료 고용 등으로 정부가 지출해야 할 복지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돼 있는데, 장기 소요금액은 제대로 된 추정치도 없다. 급속한 고령화 속의 저성장 추세를 더 엄중히 보고, 주택시장 침체가능성도 감안하며 지속가능한 모델로 연금상품을 정교하게 손봐야 한다. 주택연금이 다음세대에 부담을 넘기는 또 하나의 블랙홀이 돼선 안 된다. 기성세대 편하자고 젊은 세대로부터 ‘세대 착취’라는 말이 나오면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