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차 협력사 모임인 협성회 149개 회원사의 지난해 매출(37조4340억원)과 영업이익(3조2000억원)이 크게 증가했다는 한경 보도다. 평균 매출 증가율(22.5%)과 평균 영업이익 증가율(64.0%)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평균보다 각각 12.5%포인트, 36%포인트 높았다. 매출 증가율 상위 20곳 협성회 회원사들의 고용도 13.5% 늘었다.

‘낙수(落水·trickle-down) 효과’는 거래에 수반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하지만 대기업 규제론자들은 “대기업들이 잘나가도 협력사들과 지역경제의 고용 증가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효과 자체를 애써 축소하거나 부정하고 있다. “친(親)기업 정책은 대기업 집중과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이런 주장의 허구성을 웅변하는 실증 사례가 협성회 회원사들의 호실적이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산업의 축이 대기업 위주에서 벤처기업과 중견기업 등으로 점차 옮겨가면서 ‘대기업 낙수효과’가 예전에 비해 약화돼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주력산업이 여전히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 중심이어서 ‘대기업 낙수효과’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기업은 국가 재정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7조7330억원)와 SK하이닉스(2조9612억원) 두 회사가 지난해 법인세로 낸 금액만 약 10조7000억원이다.

협력사들과 지역경제가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사 살리기와 한국GM 생존에 목을 매고 있는 것도 그만큼 ‘대기업 낙수효과’가 크다는 방증일 것이다.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조선소 폐쇄에 이어 한국GM 공장이 폐쇄될 예정인 군산의 경우 최근 1년 새 지역 내 생산액의 15.7%(2조2900억원)가 날아갈 판이다.

한국GM 근로자의 71.6%인 1만1464명이 근무하는 인천 부평공장은 1~3차 협력사들을 합치면 고용 인원이 약 5만2000명으로 인천 제조업 취업자의 14.8%를 차지한다. 이렇게 낙수효과 증거들이 넘치는데도 인정하지 않고 대기업 규제를 강화한다면 어디서 일자리를 늘릴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