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빅터 차 낙마 석달여 만에 대북강경파 기용
오바마 행정부때 '亞 재균형' 전략 펴며 대중국 견제에 적극적
"미국의 최대 위협은 북한"…북미 정상회담 낙관론 경계
24일(현지시간)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부(PACOM) 사령관은 2013년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선 첫 해군 제독으로 진급한 인물이다.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돼 아그레망(주재국 동의)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한국계의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지난 1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낙마한 지 석 달여 만에 지일파 군(軍) 출신 인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셈이다.
해리스 사령관은 1956년 일본 요코스카에서 주일미군이었던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남부 테네시주와 플로리다주에서 유년기를 보낸 그는 1978년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해군 조종사 과정을 이수했다.
이후 정찰기 조종사를 시작으로 전술장교, 해군 참모차장, 6함대사령관, 합참의장 보좌관, 태평양함대사령관 등을 거쳐 2015년 태평양사령관(해군 대장)에 취임했다.
미군의 9개 통합사령부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태평양사령부는 전력규모와 작전지역이 가장 큰 곳이다.
미 병력과 민간인 37만5천여명을 통솔하고, 주한미군사령부를 포함해 지구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을 책임진다.
해리스 사령관은 사막의 방패·폭풍작전, 아프가니스탄 침공작전, 이라크 침공작전 등 8개의 전쟁·작전에 참전했고, 일본, 바레인, 이탈리아 등지에서 오랜 해외 근무 경험도 갖췄다.
또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미 조지타운대학에서 각각 국제정치학과 안보학으로 석사학위를 따는 등 군사와 정치외교에 두루 정통한 인물로 꼽힌다.
특히 부친은 해군 항해사로 한국전에 참전했다.
해리스 사령관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1950년대 중반 약 2년간 한국에 살며 미 해군 군사고문단(현 주한해군사령부·CNFK)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당시 부사관으로 진해에서 한국 항해사들에게 선박 엔진과 관련한 기술을 가르쳤다.
그는 2016년 1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부친은 늘 내게 한국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줬고 한국인들에 대한 감사함을 표시했다"며 "그 때문에 나는 어려서부터 한국과 한국인들에 대한 감사함을 배웠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해리스 사령관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중국의 패권 확장을 견제하는 성격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실질적으로 지휘한 인물로, 대북·대중 강경파로 분류된다.
과거 아시아 지역의 최대 안보 위협으로 북한을 꼽으면서 이에 대응하는 한미일 삼각공조를 강조한 바 있으며, 영토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문제를 '규범'에 근거한 아시아태평양 질서에 도전하는 중대한 요인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2016년 인터뷰 당시 그는 "내가 매일매일 직면하는 최대 위협은 바로 북한이다.
지금까지 중국을 최대 위협이라고 말해왔지만, 지금은 북한이 가장 큰 위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0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 학술행사의 연설에서 그는 "변덕스러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수중에서 결합한 핵탄두와 탄도미사일은 재앙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도 해리스 사령관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목적은 한반도 적화통일에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당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매력공세'라고 부르며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 매료될 게 아니라 북한 정권을 있는 그대로 보고 사실에 근거해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북한과 대화를 한다면 완전하고 입증할 수 있으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3월에 열린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는 주한미군이 한국에서 철수할 경우 "그(김정은)는 승리의 춤을 출 것으로 믿는다"며 "우리가 한국, 일본과 동맹을 파기한다면 그(김정은)은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는 "회담이 열린다면 어디로 갈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며 "결과에 대해 낙관적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군사해법뿐만 아니라 외교적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해리스 사령관은 지난해 8월 방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서는 "외교·국방 분야 두 날개가 함께 나아가야 한다"며 "외교가 주된 동력이고, 국방 분야가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한미국대사는 현재 1년 3개월간 공석이다.
직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마지막 주한대사였던 마크 리퍼트 전 대사가 지난해 1월 20일 이임한 후 마크 내퍼 대사대리가 임무를 대행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2주 안에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를 거쳐 5월이나 6월까지는 해리스 사령관이 주한대사로 부임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신임 주한대사로 부임할 경우 그는 북한 비핵화 문제를 비롯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 등 쉽지 않은 문제들을 떠안게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