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불 정상회담서 제의…"모든 염려 고려해 새롭게 만들어야"
핵합의 비난하던 트럼프도 "큰 딜 시도할 수 있을 것"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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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란 핵합의 '수정안'을 제안하면서 관련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란 핵 합의는 2015년 7월 이란과 미국·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 등 주요 6개국 간에 체결된 협정이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서방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체키로 한 합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협상을 '최악'이라고 지적하며 재협상을 하지 않으면 다음 달 12일이 시한인 대이란 제재 유예를 더 연장하지 않겠다고 해 이란 핵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탄도미사일 개발을 사찰하고, 10∼15년으로 한정된 이란 핵 프로그램 제한 기간을 폐지해 영구히 묶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FP와 dpa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후 "2015년 이란 핵 합의는 충분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며 이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핵 프로그램 제한 조치 관련 일몰조항, 예멘·시리아·이라크 등에서의 이란의 정치적 활동 등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란 새 핵협상으로 가나… 마크롱 수정안 주목
마크롱 대통령은 수정안에 대해 "기존 합의를 파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그간 염려를 모두 커버하는 새로운 내용을 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 지역에 긴장 고조나 핵확산이 없도록 확실히 하고 싶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올바른 길을 찾아야 한다"면서 이란 핵 협정 유지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프랑스와 우방은 지속가능한 안정을 바란다"며 "새 합의와 관련한 논의에는 유럽 동맹국을 넘어 러시아와 터키 등까지 포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을 고려할 때 마크롱 대통령의 수정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적 등을 보완하면서 이란 주변의 지정학적 여건까지 고려한 '포괄적 버전'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마크롱 대통령은 그의 수정안이 기존 합의와 병행해서 별도로 운영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고 AFP는 전했다.

하지만 수정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나 제재 유예 시한인 오는 12일 이후에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이란 새 핵협상으로 가나… 마크롱 수정안 주목
다만, 지금까지 언론보도와 진행 상황을 봤을 때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는 수정안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언급했던 이란 핵 합의 관련 주요 우려 사항은 특정 기간 이후 이란의 핵 활동이 제한받지 않는 일몰조항, 핵시설 검증 규정, 이란의 탄도미사일 시험·개발을 억제할 수단의 부재, 시리아를 포함한 중동 내 이란의 활동에 대한 새로운 조치 등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내 이란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점을 아는 듯 마크롱 대통령은 폭넓은 합의안이 "중동의 전체 상황을 다루고 그곳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프랑스는 이미 영국, 독일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 사항들에 대응하는 차원의 논의도 심도 있게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수정안에 대해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호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의 수정안에 기대감도 어느 정도 드러내면서 향후 새로운 핵 합의 타결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미국과 유럽 정부 관리들이 협상을 통해 내놓은 새로운 안이 충분히 강력하다면 이에 동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새 합의는 '확고한 토대' 위에 만들어져야 한다며 "더욱 큰 딜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새 합의는 예멘, 시리아 등 중동 다른 지역까지 커버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데드라인으로 정한 5월 12일을 앞두고는 "내가 12일에 무엇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확고한 토대 위에 새로운 협상을 하는 게 가능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했던 기존 태도에서 다소 누그러진 것으로 읽힐 수도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전 기자회견에서는 이란 핵 합의에 대해 "재앙", "절대 체결되지 말았어야 할 끔찍하고 미친 합의"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이 같은 미국과 프랑스의 정상회담 분위기에 대해 이란은 아직 구체적인 반응은 내놓지 않았다.

앞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3일 "미국이 핵 합의에서 철수한다면 준엄하고 가혹한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리 샴커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도 이날 국영방송에 "미국이 핵 합의를 파기하면 놀랄만한 대응을 하겠다"면서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는 것도 우리가 고려하는 세 가지 중 한 가지 선택이다"라고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NPT 탈퇴는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뜻이다.

그간 이란은 미국의 핵합의 파기, 탈퇴를 강하게 경고하면서도 이를 유지한다는 데 무게를 두고 핵무기 개발엔 선을 그었지만, 이제는 더욱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