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환자 부담이 큰 4대 중증질환(암, 심혈관, 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에 5년간 9조원을 투입했지만 건강보험 보장률은 오히려 떨어졌다. 4대 중증질환을 뺀 나머지 질환의 환자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모든 질환에 건강보험 혜택을 주는 보장성 강화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해 2022년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높이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한경 밀레니엄포럼] 중증질환에 돈 퍼부었지만… 건보 보장률 하락
박 장관은 25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건강보험은 보편적으로 모든 국민이 혜택을 받아야 한다”며 “2022년까지 보장률을 70%로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국민이 100원의 의료비를 쓴다면 건강보험에서 63원 정도를 보장한다”며 “3800여 개 의학적 비급여 중 꼭 필요한 부분을 급여로 바꿔 국민 부담을 줄이겠다”고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날 발표한 2016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2.6%로 전년(63.4%)보다 0.8%포인트 떨어졌다. 4대 중증질환을 제외한 질환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57.4%로 2015년(58.5%)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건보공단 측은 “특정 질환을 중심으로 한 보장성 강화 정책의 한계”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추진해온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이 현실에 들어맞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특정 질환이 아니라 모든 질환에 초점을 맞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달부터 간 췌장 등 상복부 초음파 검사에도 건강보험 혜택을 준다. 올해 하반기에는 뇌혈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도 건강보험 항목에 포함한다. 박 장관은 “올해 선택진료비가 폐지됐다”며 “하반기부터 2~3인실도 건강보험이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의사들은 의료서비스에 대한 정부 통제가 강해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박 장관은 고민스러운 심경을 내비쳤다. 그는 “그동안 복지부, 의사협회, 병원협회가 아홉 차례 회의를 하고 방향을 정했는데 새로 출범하는 의사협회 등이 이를 무시하고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의료계와 기본 방향은 상의하겠지만 특정 직역단체의 이익을 지나치게 대변하면 국민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