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라며 연일 압박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국회에선 지분 매각을 강제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투자를 늘려야 할 기업의 손발을 묶어버리는 규제”라며 법 개정에 부정적이지만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의 태도 변화를 고려해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금융위도 자발적 매각 불발 시 정부가 보험업 감독규정을 고치기보다는 국회의 법 개정으로 해결하는 게 맞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당 정무위원회 의원들은 25일 보험업법 개정안 논의를 위해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와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 등 외부 전문가들을 불러 비공개 조찬 모임을 했다. 정무위 한국당 간사인 김한표 의원은 “정부의 입장 변화 등을 고려해 이 법안을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순 없다는 의견”이라며 “업계와 외부 전문가를 만나 당의 의견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19대 국회부터 추진돼 왔지만 한국당이 반대하는 데다 금융위 입장이 명확하지 않아 논의 자체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모임에선 현 보험업법이 △‘삼성 특혜’에 해당하는지 △국회 법 개정이 아니라 금융위 감독규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 시장에 어떤 충격을 줄지 등에 대해 토론이 이뤄졌다. 김성원 의원은 “삼성전자 지분을 한꺼번에 매각하면 시장 충격이 상당하다”며 “일자리 창출을 외치며 기업의 손발을 묶는 정책엔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취득 원가 기준으로 자산의 3%까지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가치를 취득 원가가 아니라 시장 가격으로 계산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선 삼성전자 주식 1062만 주(8.3%)를 소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이 해당된다. 발의된 법안의 기준을 맞추려면 20조원에 가까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을 삼성전자가 자사주로 사도록 퇴로를 열어주는 법안도 발의돼 있다”며 “시장 충격을 주지 않는 대안을 마련해 국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박종필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