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T2와 T3 사이 군사분계선 앞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T2와 T3 사이 군사분계선 앞 (사진=연합뉴스)
역사적인 '2018 남북정상회담'의 날이 밝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9시 30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게 됨으로써 도보로 군사분계선을 넘는 김정은의 모습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중계될 전망이다.

김정은은 판문점 회의실 T2, T3 사이로 군사분계선 너머로 첫 발을 디디고 문 대통령은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앞 군사분계선(MDL)에서 김정은을 맞이하게 된다.

두 정상은 이어 우리 전통의장대의 호위를 받으며 공식 환영식장으로 도보 이동하게 된다.

약 10분 뒤인 9시 40분 경 자유의 집과 평화의 집 사이, 판문점 광장에 도착한 두 정상은 의장대 사열을 포함한 공식 환영식을 갖고 양측 공식수행원들과 인사를 나누게 된다.

환영행사가 끝나면 양 정상은 회담장인 평화의 집으로 이동해 평화의 집 1층에서 김정은은 준비된 방명록에 서명을 하고 문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진행할 예정이다.

양 정상은 접견실에서 사전환담을 나눈 뒤 2층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해 10시 30분부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정상회담을 시작한다.

오전 정상회담이 종료된 후, 양측은 별도의 오찬과 휴식시간을 갖는다.

이번 회담에는 김정은이 북한의 실질적 최고지도자인 상황에서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포함해 실질적 2인자 김여정 당 제1부부장도 수행으로 참가한다.

회담 도중 어떤 돌발 발언이 나올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2000년 6월 13일, 분단 이후 남북 정상이 처음으로 마주한 1차 정상회담에서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의 전용기가 도착하는 순안공항까지 직접 마중을 나갔고, 같은 차량에 탑승해 함께 이동하는 등 파격 행보를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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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회담장소였던 백화원 영빈관에서는 두 정상이 주고받은 농담도 눈길을 끌었다.

김정일이 "아침 식사를 적게 하셨냐"고 묻자, 김 대통령이 "평양에 오면 식사를 잘할 줄 알고 적게 먹었다"고 답해 회담장에는 웃음이 번졌다. 이어 김정일이 "힘든, 두려운, 무서운 길을 오셨다, 하지만 공산주의자도 도덕이 있고 우리는 같은 조선민족"이라고 하자, 김 대통령은 "저는 처음부터 겁이 없었다"고 답했다.

이에 반해 다소 딱딱하게 시작된 지난 2007년 정상회담에서는 회담 날짜를 두고 기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진은 2007년 10월 2일 남북 정상회담 당시 북한군 의장대 사열 모습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2007년 10월 2일 남북 정상회담 당시 북한군 의장대 사열 모습 (사진=연합뉴스)
당초 1박2일로 예정돼 있던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하루 더 하시죠. 오늘 회의를 내일로 하시고 모레 아침에 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고 돌발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나보다 더 센 데가 두 군데가 있는데 경호.의전 쪽과 상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자 얼굴이 굳어진 김정일은 "대통령이 결정 못 하십니까. 대통령이 결심하시면 되는데"라 말했고 노 전 대통령은 "큰 것은 제가 결정하지만 작은 일은 제가 결정하지 못합니다"라고 받아쳤다.

회담 끝에 김정일은 "충분히 대화를 나눴으니 연장 안해도 되겠습니다. 남측에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테니 본래대로 합시다"라고 연장 제안을 거둬들였다.

이를 두고 노 전 대통령이 기싸움에서 밀릴까 사실상 사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상회담에서 일정을 갑자기 바꾸자고 제안하는 것은 외교 상식에 맞지 않는다.

허문영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당시 "대외적으로는 협상술이고,대내적으로는 통치술"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보여주고 대내적으로는 '남조선 대통령이 오가는 것도 장군님이 결정하신다'는 과시용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일은 첫날 영접 때 빨간 카펫 위에 꼼짝도 않고 서서 노 대통령이 걸어와 인사하는 모양새를 연출한 것처럼 기싸움 차원의 전략적 언급이라는 설명이다.

당시 태도에 대해서도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중요한 협상을 앞두고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려는 협상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남북 합동 리허설을 통해 이같은 논란이 재발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양측은 25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남북 합동 리허설에서 수행원들의 동선은 물론 인사각도까지 점검을 끝냈다.

남북 대표단은 판문점에서 만나, 김정은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순간부터 모든 동선을 그대로 재현했다.

불필요한 논란을 배제하고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합의라는 회담 의제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정상회담과 기념식수, 만찬 및 환영행사까지 약 10시간 이상을 함께 보내고 '판문점 선언'이라는 형태의 남북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게 된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성패에는 '한반도 비핵화' 명문화 여부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