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상징 판문점에서 오늘 열리는 남북한 정상회담에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판문점은 65년 전 지금의 분단선을 고착화한 휴전협상을 벌인 곳이다. 그런 점에서도 이번 정상회담은 의미가 더 크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남북 양측은 오늘 회담에 온갖 이벤트와 세리머니를 준비했다. 정상회담 회담연도에 맞춰 폭을 2018㎜로 짠 특별 테이블을 마련했고, 만찬 식탁엔 정치적인 의미를 담은 음식을 두루 내놓기로 했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생 소나무를 공동 식수하는 행사도 갖기로 했다.

아무리 화려한 ‘퍼포먼스’를 곁들인다고 해도 남북한 정상 간 오늘 회동의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첫째도 둘째도 한반도를 배회해 온 골육상쟁의 먹구름을 항구적으로 지우는 것이 이번 회담의 최우선 과제다. 무엇보다도 한반도발(發) 군사위기의 ‘진앙’이라고 할 북한 핵을 완전하게 제거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에 대한 분명하고 확실한 합의 없이 ‘평화’ ‘종전’ ‘대화’와 같은 거대담론을 적당하게 포장하고는 ‘통 큰 합의’로 내세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완전한 북한 핵 폐기에 이르는 길이 순탄할 수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토로했듯이 비핵화로 가는 경로 곳곳에 ‘디테일의 악마’가 숨어있음을 부인할 수 없고, 외면해서도 안 된다. 김정은이 핵 폐기를 약속하더라도 ‘동결→핵시설 신고→사찰 및 검증→불가역적 핵시설 폐기’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리는 북한정권이 비핵화에 대해 얼마나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 비핵화를 위한 요구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은 연일 “단계적 보상은 없다”고 쐐기를 박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 약속과 일정을 담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무장지대 내 군사장비 철수, 연락사무소 교환 설치 등을 서두는 것에 대한 국내외 우려가 적지 않다. 북한이 며칠 전 남북한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개최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사실상의 ‘핵 보유국 선언’을 한 게 어떤 의도였는지를 온전히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핵을 보유한 일방이 다른 쪽을 입맛에 맞게 주무르는 방법으로 써먹는 ‘핵 그림자(nuclear shadow)’가 한반도에서 전개되는 상황이다.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오늘 회담이 갖는 의미는 무겁다. 다시는 골육상쟁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분쟁의 원천을 제거해내는 남북한 정상 간 만남에서 이끌어내야 할 것은 세리머니 성격의 ‘통 큰 합의’가 아니다. 남북한의 진정한 공존공영을 향해 어렵더라도 가야 할 길을 함께 걸어가겠다는 ‘비장한 합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