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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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긴장과 미소 사이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만났다. 김정은은 북측 판문각을 통해 수행원들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군사분계선이 가까워지며 경호원과 수행원들은 물러나고 김정은 혼자 문 대통령을 향해 걸어왔다. 이때 눈길을 끌었던 것이 김정은의 표정이다.

김정은은 환하게 웃으며 문 대통령에게 걸어왔고 악수를 나누며 손을 잡은 채 이야기를 나눴다. 문 대통령의 표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유의 환한 웃음으로 김정은을 맞이하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이후 군사분계선을 넘은 김정은은 문 대통령과 악수를 한 채 사진촬영을 했고 이때도 두 정상은 밝은 표정을 유지했다.


▲김정은 이렇게 잘 웃는 사람이었나

김정은의 표정은 남측에서 대기하고 있던 화동들을 만날 때 한층 더 밝아졌다. 김정은은 꽃다발을 전하는 화동들에게 그 어느때보다 환하게 웃으며 어깨를 두드리는 등 따뜻한 모습을 보였다.

전통 의장대 사열을 받을 때 역시 두 정상이 간간이 담소를 나누며 웃는 모습이 포착됐다. 하지만 의장대 사열 말미에는 다소 긴장한 듯 웃음이 사라지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이후 두 정상은 남북 수행원들과 인사를 나눈 다음, 회담장으로 이동했다. 이때에도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눠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렇듯 두 정상이 만나면서 많은 이야깃거리가 생산되는 가운데, 과거 2007년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위원장의 표정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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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위원장, 노무현 전 대통령 방북 때 시종일관 무표정

지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한에 방문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표정은 늘 화제였다.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노 전 대통령을 맞이한 김정일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이 무개차(오픈카)에서 내려 다가올 때까지 노란 문양 안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무뚝뚝하게 서 있다가 옅은 미소를 보인 후 노 전 대통령과 한 손으로 악수한 게 전부다. 남측 수행원들과 악수를 나눌 때도 표정 변화는 없었다.

반면 2000년 남북정상회담때 김정일 위원장의 표정은 이와는 달랐다. 김정일 위원장은 순안공항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승용차에 동승해 백화원초대소까지 이동했다. 총 50분 정도가 소요되는 거리를 한 차로 함께 이동하며 우정을 과시했다. 이때 김정일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에게 승용차의 상석인 뒤편 오른쪽을 양보한 뒤, 자신은 왼쪽 문을 통해 옆자리에 앉아 놀라게 만들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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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표정 두고 뒷말 무성

2007년 당시 김정일 위원장의 무표정한 모습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좋지 않아 그랬을 것이라는 풀이가 가장 설득력을 얻었지만 다른 얘기들도 무성했다. 일각에서는 자신보다 16세 연상인 김 전 대통령과 4세 아래인 노 대통령을 달리 대한 것 아니냐는 얘기부터 첫날 기선을 잡기 위한 차원일 수 있다는 말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밀당의 귀재, 밝아진 표정으로 회담장 나온 김정일

김정일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이틑날이었던 10월 3일 오전 9시27분 노무현 대통령의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날 두 사람의 정상회담 1차회의는 당초 오전 10시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김정일 위원장이 30여 분이나 일찍 도착한 것이다. 이 때문에 회담은 예정보다 26분 앞당겨진 오전 9시34분 시작됐다.

이때 시선을 끌었던 것이 김정일 위원장의 표정이었다. 그는 전날 노 전 대통령 환영 행사장에선 무표정한 얼굴로 일관해 여러 뒷말을 낳았으나 이날은 한결 밝아진 얼굴로 등장했다. 오전 회담에 앞서 노 전 대통령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줄곧 미소를 머금은 채 수시로 고개를 끄떡이며 대화를 나눴다. 간간이 손짓도 곁들였으며 노 전 대통령과 옷깃을 스칠 정도로 가깝게 접근하기도 했다. 남측 수행원들에게도 환한 표정을 지으며 악수를 나눴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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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표정 변화, 차분→기대

2007년 당시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표정은 다양했지만 대체적으로 차분했다.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때 서울 효자동 거리를 메우고 태극기를 흔들었던 감격과 흥분의 분위기는 없었다. 시민들은 대부분 직장과 가정에서 차분하게 TV 생중계를 지켜봤다. 그러면서도 김정일 위원장의 무표정한 모습에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했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지금, 시민들의 표정은 그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SNS에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주제로한 패러디와 이미지가 넘쳐나고 기대와 희망섞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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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중요한 건 회담 이후의 표정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한 세계 주요 정상들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공개 지지했다. 우리 시민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 어느때보다 환한 웃음으로 김정은을 맞이했다. 김정은 역시 마찬가지다. 집권초기 자신의 고모부였던 장성택을 처형하는 등 공포정치를 하면서 무표정을 무기로 강력한 집권체제를 구축했던 모습은 미뤄두고 밝은 웃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문 대통령의 손을 잡았다.

이러한 김정은 위원장의 변화는 이미 감지된 바 있다. 지난달 평양특사로 방문했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예상 외로 웃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남한 가수들이 평양을 방문해 공연을 펼칠 때도 레드벨벳 앞에서 환하게 웃은 것이 그 증거다.

현재 판문점을 비롯한 서울에는 두 정상의 작은 표정 하나까지도 취재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869명의 외신기자들이 방문한 상태다. 중요한 것은 회담 이후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표정이다. 만날 때는 웃음이 만발했다.

판문점 선언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두 정상이 헤어질 때도 밝은 웃음을 보일지 세계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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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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