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치열한 속보 경쟁
BBC "몇 달 전엔 상상 못할 일"
AP "경계선 넘어 역사 만들었다"
CNN은 남북한 정상의 첫 만남부터 회담까지 일거수일투족을 10여 분 단위로 보도했다. 국제판 홈페이지의 메인뉴스 제목을 오전엔 ‘새 역사가 시작됐다’로 달았다가 오후에는 ‘한국이 미래로 발을 내딛다’로 바꾸기도 했다. 정상회담 합의 내용을 담은 ‘판문점 선언’이 발표되자 ‘남북이 한국전쟁을 끝낸다’는 제목을 올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회담이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김정은이 (1950년부터 이어진) 68년간의 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한 첫 번째 북한 지도자가 됐다”고 했다. AP는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만나려고 경계선을 넘어 역사를 만들었다”며 “세계의 마지막 냉전 대치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고 평가했다.
BBC는 두 정상이 악수하는 사진을 올리며 “유례가 없는 장면”이라고 보도했다. BBC 한국특파원은 트위터에 “두 정상은 단지 악수한 것이 아니라 (휴전)선을 건너 손을 잡았다”며 “몇 달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라고 썼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 평론가들은 김정은을 과소평가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판문점 선언이 나온 뒤엔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빠져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양측은 이날 놀라울 정도로 친밀한 모습을 보였지만 정확히 비핵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판문점 선언에 비핵화와 관련한 부분이 있지만, 일반적인 생각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며 “눈에 띌 만한 구체적인 조치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문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외교 무대의 한가운데 섰다”며 “‘교활한 적(cunning enemy)’인 북한과 ‘충동적인 우방(impulsive ally)’인 미국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과 평화조약 체결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거둔 2000년과 2007년 회담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북한의 핵 군축에 대한 국제사회의 확인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