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평화정착 선언보다 김정은의 실제 이행 의지가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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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남북정상회담
전문가가 본 정상회담
김정은 '11년 만의 대화' 강조하며 성과 내려는 의지 보여
판문점 온 것 자체가 의미… 정치적 제스처 매우 노련
전문가가 본 정상회담
김정은 '11년 만의 대화' 강조하며 성과 내려는 의지 보여
판문점 온 것 자체가 의미… 정치적 제스처 매우 노련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27일 열린 남북한 정상회담과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엔 ‘거짓말하지 않는 북한’을 강조하려 했다”고 분석했다. 비핵화와 관련해 지난 20여 년간 맺은 각종 합의를 깬 과거와 최근 10여 년간 경색된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진정성 있고 구체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이려 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말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북한의 행보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진정성 강조에 방점
오준 전 유엔 대사는 “김정은이 판문점에 와서 회담했다는 것 자체가 진정한 평화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평했다. 오 전 대사는 유엔 대사 재직 당시인 2014년 1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남한 사람들에게 북한 주민은 그냥 아무나(anybodies)가 아니다. 훗날 오늘을 돌아볼 때 우리가 북한 주민을 위해 옳은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는 연설로 세계적 화제가 됐다.
그는 “이번 회담은 앞으로 진행될 북한과 미국 간 정상회담을 포함해 북한 비핵화를 위한 첫 단계가 시작된 것”이라며 “일시적 평화가 아니라 장기적 평화로 가기 위해선 북한이 비핵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신호를 이번 회담에서 확실히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은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하기 전에 ‘11년 만의 대화’를 여러 차례 말하며 강조한 게 가장 눈에 띄었다”며 “이번 회담을 계기로 남북 관계 개선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의 만찬 참석도 언급하며 “회담이 서로 만족할 만한 방향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내려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언보다 이행이 중요
김정은은 회담 시작발언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인식한 듯 “그동안 큰 합의를 해 놓고 실천을 못했다. 오늘 만남도 결과가 제대로 되겠냐는 회의적 시각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오면서 보니 실향민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오늘 우리 만남에 기대를 갖고 있는 걸 봤다”고 언급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이와 관련해 “김정은의 평소 대화 목소리는 이번에 처음 들었는데 자신의 진정성을 내세우기 위해 매우 노력하는 모습이었다”고 분석했다. 또 “비핵화와 관련해선 구체적인 내용까진 못 나가겠지만, 군사 부문에서 과거보다 진전된 내용이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중요한 건 의전이 아니라 북한으로부터 얼마나 확실한 약속을 얻어내는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차관은 “이번 회담에선 비핵화와 평화 정착에 대해 전보다는 세밀한 내용이 나오겠지만, 그게 어떤 과정으로 실제 이행될지는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의전이 매끄럽게 진행됐지만 김정은의 발언에서 비핵화와 관련한 힌트가 없었다”고 전했다.
미국의 정치·안보 분야 분쟁 관련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크리스토퍼 그린 한반도 부문 선임연구원은 “오늘 회담 행사에서 제일 놀라웠던 건 김정은이 문 대통령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잠시 북한 땅을 밟았다가 온 장면”이라며 “김정은의 정치적 제스처가 매우 노련해 보였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국들은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어느 정도 수위의 선언이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며 “북·미 회담 성과가 이번 회담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김정은, 진정성 강조에 방점
오준 전 유엔 대사는 “김정은이 판문점에 와서 회담했다는 것 자체가 진정한 평화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평했다. 오 전 대사는 유엔 대사 재직 당시인 2014년 1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남한 사람들에게 북한 주민은 그냥 아무나(anybodies)가 아니다. 훗날 오늘을 돌아볼 때 우리가 북한 주민을 위해 옳은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는 연설로 세계적 화제가 됐다.
그는 “이번 회담은 앞으로 진행될 북한과 미국 간 정상회담을 포함해 북한 비핵화를 위한 첫 단계가 시작된 것”이라며 “일시적 평화가 아니라 장기적 평화로 가기 위해선 북한이 비핵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신호를 이번 회담에서 확실히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은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하기 전에 ‘11년 만의 대화’를 여러 차례 말하며 강조한 게 가장 눈에 띄었다”며 “이번 회담을 계기로 남북 관계 개선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의 만찬 참석도 언급하며 “회담이 서로 만족할 만한 방향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내려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언보다 이행이 중요
김정은은 회담 시작발언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인식한 듯 “그동안 큰 합의를 해 놓고 실천을 못했다. 오늘 만남도 결과가 제대로 되겠냐는 회의적 시각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오면서 보니 실향민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오늘 우리 만남에 기대를 갖고 있는 걸 봤다”고 언급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이와 관련해 “김정은의 평소 대화 목소리는 이번에 처음 들었는데 자신의 진정성을 내세우기 위해 매우 노력하는 모습이었다”고 분석했다. 또 “비핵화와 관련해선 구체적인 내용까진 못 나가겠지만, 군사 부문에서 과거보다 진전된 내용이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중요한 건 의전이 아니라 북한으로부터 얼마나 확실한 약속을 얻어내는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차관은 “이번 회담에선 비핵화와 평화 정착에 대해 전보다는 세밀한 내용이 나오겠지만, 그게 어떤 과정으로 실제 이행될지는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의전이 매끄럽게 진행됐지만 김정은의 발언에서 비핵화와 관련한 힌트가 없었다”고 전했다.
미국의 정치·안보 분야 분쟁 관련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크리스토퍼 그린 한반도 부문 선임연구원은 “오늘 회담 행사에서 제일 놀라웠던 건 김정은이 문 대통령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잠시 북한 땅을 밟았다가 온 장면”이라며 “김정은의 정치적 제스처가 매우 노련해 보였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국들은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어느 정도 수위의 선언이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며 “북·미 회담 성과가 이번 회담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