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정경두 합참의장(오른쪽)과 악수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정경두 합참의장(오른쪽)과 악수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국군 사열 논란 가운데서도 국군 수뇌부는 김정은 앞에서 꼿꼿한 자세를 보였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27일 오전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온 김정은과 만난 자리에서 악수를 나누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다음 차례인 정경두 합참의장은 고개를 꼿꼿이 세운 채 김정은과 악수를 했다.

국군 최고사령관 격인 합참의장이 남북 정상회담에 배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전 중인 상황에서 ‘주적’인 북한 최고지도자에게 고개를 숙이는 건 군 지휘관으로서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과거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고개를 숙이지 않은 채 나눈 인사법과 같다.

이에 비해 김정은을 수행한 북한군 수뇌부는 모두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수 경례를 했다. 파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군복 차림으로 참석한 이명수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과 박영식 인민무력상은 문 대통령과 인사할 때 거수경례를 했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평양 정상회담 때는 볼 수 없던 장면이다. 북한군 수뇌부의 자세 변화가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한 상징적 장면으로 꼽힐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인사법에서는 자존심을 지켰지만 김정은의 국군 사열을 놓고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우리 육·해·공군으로 구성된 의장대를 사열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김정은은 MDL을 넘은 뒤 문 대통령과 함께 국군의장대 사열대로 이동했다. 판문점 광장이 작아 정식 의장대 사열보다는 축소된 규모였다. 김정은은 굳은 표정으로 경례 없이 사열했다.

의장대 사열은 상대방을 정상 국가의 최고지도자로 인정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헌법상 ‘정상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북한의 최고지도자에게 사열을 하게 하는 일은 북한을 정상 국가로 공식 인정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군 안팎에서는 ‘주적’의 수장이 국군의장대를 사열한 것 자체가 국군의 치욕이라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는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이 북한 인민군 의장대를 사열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판문점=공동취재단/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