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해빙의 순간" 눈물·환호속… "퍼주기 되면 안돼" 신중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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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남북정상회담 - 시민 반응
극적 반전에 '기대반 우려반'
"새 정부 1년도 안돼 이룬 성과
이번엔 정말로 달라지길 바라"
"성급한 통일 기대감 우려
경제적 대가만 줘선 안돼"
경제 좋아져 일자리 늘었으면
젊은층선 징병제 폐지 기대감도
극적 반전에 '기대반 우려반'
"새 정부 1년도 안돼 이룬 성과
이번엔 정말로 달라지길 바라"
"성급한 통일 기대감 우려
경제적 대가만 줘선 안돼"
경제 좋아져 일자리 늘었으면
젊은층선 징병제 폐지 기대감도
11년 만의 남북한 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전 9시30분. 판문각을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문재인 대통령과 손을 맞잡자 서울역 대합실에서 TV 생중계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탄성과 환호성을 내뱉었다. 일부 시민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직장인 정유선 씨(30)는 “정상회담을 한다는 것에 큰 감흥이 없었는데 막상 실제로 보니 예상보다 울컥했다”며 “이번에는 정말 다르길 바란다”고 손을 모았다.
남북관계의 해빙을 자축하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찮았다. 직장인 안상혁 씨(37)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끊임없이 도발하다 극적으로 태세를 전환한 것이 어떤 의도일지 기대 반 걱정 반”이라고 말했다.
◆역사적 순간…기대 반 걱정 반
‘군사분계선 첫 악수’의 순간 시청률은 34.06%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방송 생중계에 처음으로 등장한 김정은의 파격적인 모습에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영화 같은 장면들”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정말 통일이 성큼 다가온 거냐’며 얼떨떨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직장인 배민호 씨(28)는 “현 정부 취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이런 성과를 거둔 것은 뜻깊다”고 말했다. 춘천시 우석중학교 이서준 군(13)은 “사는 동안 통일이 될 수 있을까 했는데 오늘 방송을 보고 의문이 기대로 바뀌었다”고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뜨거웠다. “김정은이 말 중간중간 ‘으이?’ 하는 거 이번 주말 개그콘서트에 성대모사로 나올 거 같다” “인민복 패션이 유행하는 거 아니냐” 등의 의견이 오갔다.
북한과 사연이 있는 유명 인사들도 들뜬 모습을 보였다.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북한의 이분희와 함께 ‘첫 남북 단일팀’ 선수로 출전해 금메달을 땄던 현정화 렛츠런 탁구단 감독(49)은 “하루빨리 탁구 단일팀을 다시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달 초 평양 공연에 참여했던 가수 정인 씨는 “문화 교류를 통해 조금이나마 정서적인 부분을 공유할 수 있었다”며 “가을에 다시 만나길 고대한다”고 전했다.
신중한 모습을 내비치는 시민 역시 적잖았다. 준비 없이 다가온 급속한 관계개선 무드를 걱정하기도 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서 일하는 박모씨(25)는 “경제적인 대가를 줘야 한다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이뤄질 북한과의 교류에 반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직장인 백모씨(29)는 “북한이라는 체제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은데, 그러면 ‘하나의 국가’로의 통일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땅값 상승, 징병제 폐지”…반응 제각각
비단 남북관계 개선뿐 아니라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대학생 유아영 씨(24)는 “더 이상 색깔론, 종북론 등 해묵은 논쟁이 정치권에서 나오지 않길 바란다”며 “김정은이 방명록에 쓴 대로 ‘새로운 역사를 이제부터’ 준비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학생 사이에선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경제 상황이 나아지면서 일자리가 늘어나길 바란다는 의견이 많았다. 평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군비와 군 규모가 줄거나 더 나아가 징병제가 없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온 박모씨(28)는 “올초만 해도 남북관계가 워낙 좋지 않아 휴가를 못 나올까 봐 걱정했다”며 “이제 정상회담까지 열리니 안도감이 든다”고 말했다.
접경지대 주민 사이에선 땅값 상승 기대가 컸다. 파주에 사는 진미애 씨(53)는 “남북관계가 풀어지면 파주 땅값이 오르기 때문에 지금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며 “계모임에서 땅을 보러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LG 등 파주에 땅이 많은 기업들이 향후 수혜주로 떠오를 것이라는 그럴듯한 풍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남북 경제협력 재개 목소리도 들렸다. 2016년 개성공단 폐쇄 당시 원자재와 제품을 그대로 두고 철수했던 전남 담양의 강경필 부천공업 대표는 “회담이 잘 이뤄져서 공단이 재가동되고 다시 기업활동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현진/김희경 기자/전국종합 apple@hankyung.com
남북관계의 해빙을 자축하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찮았다. 직장인 안상혁 씨(37)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끊임없이 도발하다 극적으로 태세를 전환한 것이 어떤 의도일지 기대 반 걱정 반”이라고 말했다.
◆역사적 순간…기대 반 걱정 반
‘군사분계선 첫 악수’의 순간 시청률은 34.06%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방송 생중계에 처음으로 등장한 김정은의 파격적인 모습에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영화 같은 장면들”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정말 통일이 성큼 다가온 거냐’며 얼떨떨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직장인 배민호 씨(28)는 “현 정부 취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이런 성과를 거둔 것은 뜻깊다”고 말했다. 춘천시 우석중학교 이서준 군(13)은 “사는 동안 통일이 될 수 있을까 했는데 오늘 방송을 보고 의문이 기대로 바뀌었다”고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뜨거웠다. “김정은이 말 중간중간 ‘으이?’ 하는 거 이번 주말 개그콘서트에 성대모사로 나올 거 같다” “인민복 패션이 유행하는 거 아니냐” 등의 의견이 오갔다.
북한과 사연이 있는 유명 인사들도 들뜬 모습을 보였다.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북한의 이분희와 함께 ‘첫 남북 단일팀’ 선수로 출전해 금메달을 땄던 현정화 렛츠런 탁구단 감독(49)은 “하루빨리 탁구 단일팀을 다시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달 초 평양 공연에 참여했던 가수 정인 씨는 “문화 교류를 통해 조금이나마 정서적인 부분을 공유할 수 있었다”며 “가을에 다시 만나길 고대한다”고 전했다.
신중한 모습을 내비치는 시민 역시 적잖았다. 준비 없이 다가온 급속한 관계개선 무드를 걱정하기도 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서 일하는 박모씨(25)는 “경제적인 대가를 줘야 한다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이뤄질 북한과의 교류에 반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직장인 백모씨(29)는 “북한이라는 체제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은데, 그러면 ‘하나의 국가’로의 통일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땅값 상승, 징병제 폐지”…반응 제각각
비단 남북관계 개선뿐 아니라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대학생 유아영 씨(24)는 “더 이상 색깔론, 종북론 등 해묵은 논쟁이 정치권에서 나오지 않길 바란다”며 “김정은이 방명록에 쓴 대로 ‘새로운 역사를 이제부터’ 준비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학생 사이에선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경제 상황이 나아지면서 일자리가 늘어나길 바란다는 의견이 많았다. 평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군비와 군 규모가 줄거나 더 나아가 징병제가 없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온 박모씨(28)는 “올초만 해도 남북관계가 워낙 좋지 않아 휴가를 못 나올까 봐 걱정했다”며 “이제 정상회담까지 열리니 안도감이 든다”고 말했다.
접경지대 주민 사이에선 땅값 상승 기대가 컸다. 파주에 사는 진미애 씨(53)는 “남북관계가 풀어지면 파주 땅값이 오르기 때문에 지금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며 “계모임에서 땅을 보러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LG 등 파주에 땅이 많은 기업들이 향후 수혜주로 떠오를 것이라는 그럴듯한 풍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남북 경제협력 재개 목소리도 들렸다. 2016년 개성공단 폐쇄 당시 원자재와 제품을 그대로 두고 철수했던 전남 담양의 강경필 부천공업 대표는 “회담이 잘 이뤄져서 공단이 재가동되고 다시 기업활동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현진/김희경 기자/전국종합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