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노무현vs김정일 · 2018년 문재인vs김정은 '같고도 다른 만찬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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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의 긴장 씻어내는 중요한 역할해
만찬은 또 다른 의미의 의전이자 경호
남북의 특수성 담아 화합 강조하는 메뉴 많아
만찬은 또 다른 의미의 의전이자 경호
남북의 특수성 담아 화합 강조하는 메뉴 많아
국가 간의 행사에서 만찬이 가지는 의미는 한 끼 식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만찬은 모든 일정의 마지막에 위치해 회담의 긴장을 씻어내고 화합을 강화하는 의미로 외교 행사의 꽃이다.
정상 간의 회담테이블에 묵직하고 민감한 주제가 올라간다면 만찬테이블에는 음식과 노래, 공연이 어우러진 가볍고 활기찬 문화가 올라간다. 긴장을 이완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만찬은 또 다른 외교의 형태로써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남북정상회담 만찬 역시 중요하다. 언론과 시민들은 만찬 메뉴에 큰 관심을 가진다. 이번 만찬의 구성과 지난 2007년 남북회담 만찬이 어땠는지 비교해봤다. ▲2018 남북정상회담 만찬
이번 남북회담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신안 가거도의 민어와 해삼초를 이용한 ‘민어해삼편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 김해 봉하마을에서 오리농법 쌀로 지은 밥,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몰고 올라간 충남 서산목장의 한우를 이용해 만든 ‘숯불구이’, 윤이상 작곡가의 고향 남해 통영바다의 ‘문어로 만든 냉채’가 메뉴에 오른다.
또한 부산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문 대통령의 대표적인 고향 음식인 ‘달고기 구이(흰살 생선구이)’와 김정은이 유년 시절을 보낸 스위스의 ‘뢰스티’를 우리식으로 재해석한 ‘스위스식 감자전’도 선보여 두 정상의 유년시절을 한 테이블에 담았다.
청와대는 이같은 배경에 대해 "남북정상회담 환영만찬은 우리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애쓰셨던 분들의 뜻을 담아 준비했다. 그분들의 고향과 일터에서 먹을거리를 가져와 정성스러운 손길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북한의 옥류관 냉면이 이번 만찬 테이블에 오른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옥류관 냉면을 만찬테이블에 올리기 북측에 이같은 내용을 제안했고 북측이 수용하면서 만찬테이블에서도 남과 북이 하나가 됐다.
실제로 김정은은 오늘 판문점에서 “오기 전에 보니까 오늘 저녁 만찬 메뉴가지고 얘기가 많더라.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지고 왔는데 대통령께서 편한 마음으로 평양냉면을 드셨으면 좋겠다. 멀리 온, 아, 멀다고 말하면 안되갔구나. 어쨌든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해 회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한편 이번 만찬 때 나올 술로는 면천 두견주와 문배술이 선정됐다. 문배술은 고려시대 이후 천년을 이어오는 술로 중요무형문화재이며 평안도가 뿌리인 문배술은 현재 남한의 명주로 자리잡아 남북의 술을 동시에 올린다는 의미를 이어갔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만찬
그렇다면 지난 2007년 남북회담 만찬은 어땠을까.
당시 회담 둘째날이었던 10월 3일, 남측이 인민문화궁전에서 답례만찬을 주최했다. 메뉴는 '팔도 대장금 요리'라는 주제 하에 각 지방을 대표하는 음식들이 선정됐다.
당시 만찬테이블에는 남북화합을 상징하는 메뉴로 전주비빔밥 그리고 횡성·평창 한우와 오대산 자연송이, 영덕게살 죽순채와 봉평 메밀쌈, 흑임자죽과 완도전복, 단호박찜, 제주흑돼지 맥적과 누름적, 고창 풍천장어구이, 토란국 등 각 지역 향토 음식들이 올려졌다.
건배주 및 식사주로는 부산의 천년약속과 경기 화성의 백세주, 전북 고창의 선운산 명산품인 복분자주가 올려졌다. 팔도 전통술로는 경기 김포의 문배주, 강원 정선의 오가자, 전북 남원의 황진이주, 충남 공주의 계룡 백일주, 충북 청주의 대추술 등 다양한 남측 술들을 맛볼 수 있게 했다.
후식에 사용된 과일의 경우 제주감귤과 한라봉, 나주배, 대구사과, 진영단감, 영동포도, 무등산수박, 공주밤, 해남참다래가 올려져 남측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특산물을 북측에 소개했다. ▲ 또 하나의 의전 - 정상회담 만찬
만찬은 또 다른 의미의 의전이자 경호다. 메뉴 선정과 명칭 선정, 조리 과정 및 안전도 확인까지 어느 것 하나 세심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어떻게 대접하고 어떻게 대접받았느냐가 외교에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2018년 남북회담과 지난 2007년 남북회담에는 공통점이 있다. 두 회담 모두 남북 간의 화합을 강조하는 음식들이 대거 올라갔다는 것. 이것이 상징하는 바는 당연하게도 남북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화합이라는 메세지를 함축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을 하고 만찬에 이르게 되면 이번 회담의 8부 능선을 넘게 된다. 만찬에서 두 정상이 어떤 건배사를 할 지 벌써부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정상 간의 회담테이블에 묵직하고 민감한 주제가 올라간다면 만찬테이블에는 음식과 노래, 공연이 어우러진 가볍고 활기찬 문화가 올라간다. 긴장을 이완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만찬은 또 다른 외교의 형태로써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남북정상회담 만찬 역시 중요하다. 언론과 시민들은 만찬 메뉴에 큰 관심을 가진다. 이번 만찬의 구성과 지난 2007년 남북회담 만찬이 어땠는지 비교해봤다. ▲2018 남북정상회담 만찬
이번 남북회담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신안 가거도의 민어와 해삼초를 이용한 ‘민어해삼편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 김해 봉하마을에서 오리농법 쌀로 지은 밥,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몰고 올라간 충남 서산목장의 한우를 이용해 만든 ‘숯불구이’, 윤이상 작곡가의 고향 남해 통영바다의 ‘문어로 만든 냉채’가 메뉴에 오른다.
또한 부산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문 대통령의 대표적인 고향 음식인 ‘달고기 구이(흰살 생선구이)’와 김정은이 유년 시절을 보낸 스위스의 ‘뢰스티’를 우리식으로 재해석한 ‘스위스식 감자전’도 선보여 두 정상의 유년시절을 한 테이블에 담았다.
청와대는 이같은 배경에 대해 "남북정상회담 환영만찬은 우리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애쓰셨던 분들의 뜻을 담아 준비했다. 그분들의 고향과 일터에서 먹을거리를 가져와 정성스러운 손길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북한의 옥류관 냉면이 이번 만찬 테이블에 오른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옥류관 냉면을 만찬테이블에 올리기 북측에 이같은 내용을 제안했고 북측이 수용하면서 만찬테이블에서도 남과 북이 하나가 됐다.
실제로 김정은은 오늘 판문점에서 “오기 전에 보니까 오늘 저녁 만찬 메뉴가지고 얘기가 많더라.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지고 왔는데 대통령께서 편한 마음으로 평양냉면을 드셨으면 좋겠다. 멀리 온, 아, 멀다고 말하면 안되갔구나. 어쨌든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해 회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한편 이번 만찬 때 나올 술로는 면천 두견주와 문배술이 선정됐다. 문배술은 고려시대 이후 천년을 이어오는 술로 중요무형문화재이며 평안도가 뿌리인 문배술은 현재 남한의 명주로 자리잡아 남북의 술을 동시에 올린다는 의미를 이어갔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만찬
그렇다면 지난 2007년 남북회담 만찬은 어땠을까.
당시 회담 둘째날이었던 10월 3일, 남측이 인민문화궁전에서 답례만찬을 주최했다. 메뉴는 '팔도 대장금 요리'라는 주제 하에 각 지방을 대표하는 음식들이 선정됐다.
당시 만찬테이블에는 남북화합을 상징하는 메뉴로 전주비빔밥 그리고 횡성·평창 한우와 오대산 자연송이, 영덕게살 죽순채와 봉평 메밀쌈, 흑임자죽과 완도전복, 단호박찜, 제주흑돼지 맥적과 누름적, 고창 풍천장어구이, 토란국 등 각 지역 향토 음식들이 올려졌다.
건배주 및 식사주로는 부산의 천년약속과 경기 화성의 백세주, 전북 고창의 선운산 명산품인 복분자주가 올려졌다. 팔도 전통술로는 경기 김포의 문배주, 강원 정선의 오가자, 전북 남원의 황진이주, 충남 공주의 계룡 백일주, 충북 청주의 대추술 등 다양한 남측 술들을 맛볼 수 있게 했다.
후식에 사용된 과일의 경우 제주감귤과 한라봉, 나주배, 대구사과, 진영단감, 영동포도, 무등산수박, 공주밤, 해남참다래가 올려져 남측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특산물을 북측에 소개했다. ▲ 또 하나의 의전 - 정상회담 만찬
만찬은 또 다른 의미의 의전이자 경호다. 메뉴 선정과 명칭 선정, 조리 과정 및 안전도 확인까지 어느 것 하나 세심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어떻게 대접하고 어떻게 대접받았느냐가 외교에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2018년 남북회담과 지난 2007년 남북회담에는 공통점이 있다. 두 회담 모두 남북 간의 화합을 강조하는 음식들이 대거 올라갔다는 것. 이것이 상징하는 바는 당연하게도 남북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화합이라는 메세지를 함축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을 하고 만찬에 이르게 되면 이번 회담의 8부 능선을 넘게 된다. 만찬에서 두 정상이 어떤 건배사를 할 지 벌써부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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