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사전에 준비된 펜을 놔두고 김여정이 가져온 펜을 쓴 것은 혹시나 있을지 모를 신변 위협에 대비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김정은이 여동생의 펜을 받아 사용했다”며 “펜에 독이 있는 만약의 사태를 우려해 신변 안전에 만전을 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측은 김정은을 삼엄하게 경호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이날 오전 9시29분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만나는 동안 북측 경호원 두 명이 평화의집에 들어갔다. 이 중 한 명은 방명록이 놓인 책상의 의자에 분무기로 소독약을 뿌리고 흰색 천으로 등받이, 팔걸이, 다리 등을 닦았다. 이 경호원은 방명록도 헝겊으로 닦고 펜까지 깨끗이 닦았다. 다른 한 명은 검은색 가방에서 장비를 꺼내 의자와 책상 쪽에 갖다댔다. 폭발물이나 감청 장치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김정은은 오전 9시40분께 평화의집에 도착해 경호원들이 소독한 의자에 앉았다. 하지만 방명록에 놓여 있던 펜은 사용하지 않고 김여정이 건네준 펜을 썼다. 김정은은 방명록에 “새로운 력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 김정은 2018. 4. 27”이라고 적었다.
김정은은 건강 상태가 알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용 화장실도 갖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문점=공동취재단/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