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에 당초 남북한 정상회담 의제에서 제외됐던 경제협력 방안이 포함된 데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예상보다 빨리 ‘청구서’를 내밀었다는 것이다. 비핵화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경협을 추진하는 것은 ‘퍼주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27일 “경협이 선언문에 포함된 건 북한이 원한 것으로 보인다”며 “비핵화만으로는 장사가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상보다 빨리 대가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우리 측으로선 북한의 경협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협상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어 합의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경협에 실질적인 내용은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10·4선언에 나왔던 내용들을 다시 열거한 정도”라며 “남북이 당장 투자를 하겠다는 것은 없다”고 분석했다. 유 교수는 “비핵화 개념도 명확하지 않다”며 “북·미 정상회담 이후 실질적인 대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10·4선언 내용 중 국제사회의 북한 제재 합의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추진할 수 있는 사업부터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 등에 대한 논의가 먼저 시작될 것”이라며 “이후 제재 완화 단계에 따라 그동안 중단됐던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이 우선 재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완전한 비핵화 없이 경협부터 꺼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많았다. 김 교수는 “북한이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해야 경협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협 재개 때 기업들이 투자 리스크를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조 부소장은 “우리 기업끼리 경쟁이 붙어 북한이 단가를 올리는 일이 없도록 경제단체가 나서 사업을 조율해야 한다”고 했다.

김일규/성수영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