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가 마련 중인 은행권 채용 모범규준이 3개월째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은 은행연합회가 관련 작업을 제때 하지 않으면 하반기 채용 일정이 대폭 늦춰질 것이라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은행권 채용 모범규준을 언제까지, 어떤 방향으로 마련할 것이라는 일정과 계획을 아직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은행 고위관계자는 “실무자 사이에서 수차례 의견 교환 등이 있었지만 명확한 방침이나 방향에 대해서는 나온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은행권 채용 모범규준의 필요성은 은행 채용비리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 1월 처음 제기됐다. 이후 지난 2월 초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이 “공동 채용 모범규준을 제정하겠다”고 밝히면서 공식화됐다. 그러나 김 회장 발언이 나온 뒤 한 달이 지날 때까지도 관련 태스크포스(TF) 구성이 이뤄지지 않는 등 작업이 지지부진했다. 은행 관계자는 “TF가 관련 회의를 연 것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은행들은 모범규준이 늦어져 하반기 채용일정이 틀어질까봐 걱정하고 있다. 현재 주요 은행 중에서 연간 신규 채용인원 및 일정을 공개한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A은행 관계자는 “통상 6~7월에 하반기 채용일정을 확정해서 8~9월에 채용공고를 내기 때문에 다음달에는 모범규준이 나와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하반기 은행 채용 일정은 안갯속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모범규준은 은행별 의견을 취합해야 해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라며 “TF 설립 당시 예고했던 대로 5월 규준 초안을, 6월 확정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