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사진)이 남북한 정상회담 직후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거론하면서 외교가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매티스 장관의 발언이 “주한미군 철수는 없다”는 미 백악관의 기존 입장과 다른 데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철수가 의제로 오를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어 발언의 진의를 둘러싼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북·미 회담, 미군 철수 다룰 수도

매티스 장관은 지난 27일 미 국방부에서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과의 회동 직전 기자들과 만나 이전과 다른 발언을 쏟아냈다. 첫 번째가 주한미군에 관한 의견이다. 이날 매티스 장관은 “남북 평화협정 체결 시 주한미군 문제도 향후 논의 의제로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미군이 한반도에 계속 주둔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아마도 그것은 먼저 동맹과의 협상은 물론 북한과의 협상에서도 우리가 논의할 이슈의 일부”라고 답했다. 북·미 회담에서도 주한미군 철수가 다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언론사 사장단과의 간담회에서 “북측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정작 미국은 이 문제를 북한과 논의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매티스 장관은 “당장은 우리가 절차에 따라 협상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한 전제나 추정은 하지 않도록 하자”고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주한미군에 관한 이날 발언은 그동안 미국의 공식 입장과도 온도 차가 난다. 백악관은 1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무역협상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그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지명자도 지난 24일 방한해 기자간담회에서 “주한미군 철수는 미국이 고려할 (대북 안전 보장) 목록에 들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주한미국 대사로 내정된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은 지난달 15일 미 상원군사위원회에 출석해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승리의 춤을 출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한·미 동맹은 유지

매티스 장관은 이날 북한에 대한 시각이 다소 긍정적으로 바뀌었음을 시사했다. 그는 ‘북한을 믿는가. 북한이 합의 일부를 이행할 것으로 믿는가’라는 질문에 “내가 (미래를 볼 수 있는) 수정 구슬이 있는 건 아니지만 1950년대 이래 한 번도 갖지 못한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에서 지금은 낙관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북이) 어느 정도의 상호 신뢰를 구축할 것”이라며 “그들이 무엇을 만들어내는지 지켜보자”고 덧붙였다.

그는 한·미 동맹의 중요성에 대해선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매티스 장관은 지난 28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미 군사력의 모든 영역을 사용해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