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궁금증 남긴 北 비핵화… 한반도 위기 해소는 좋은 첫걸음"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사진)는 28일(현지시간) 연내 종전 선언과 비핵화 원칙에 합의한 남북한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한 해 동안 이어져 온 한반도 주변의 위기 상황을 해소하는 중요하고 긍정적인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차 석좌는 이날 워싱턴 조야에 보낸 소식지에서 “이번 회담이 보여준 긍정적 분위기와 핵무기·미사일 시험을 중지한 북한의 움직임도 환영받을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그는 “이번 회담은 지금까지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공하기보다는 더 많은 궁금증을 남긴 것도 사실”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회담을 통해 한반도에서 더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라는 뚜렷한 합의가 남북 간에 이뤄졌지만 비핵화에 대해 북한이 미국과 같은 시각(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폐기)을 가졌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차 석좌는 “회담이 비록 낙관적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생각, 즉 이번에는 핵을 완전히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대가로 제재 완화나 에너지 제공을 요구할 것인지는 아직 분명히 밝혀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비핵화 조치 조건으로 동맹인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 보장이 약화할 것인지의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며 “북한이 한반도 긴장 완화의 대가로 경제 원조와 에너지 지원을 받으면서 핵무기를 계속 소유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여전히 믿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과 남한은 이번 기회를 통해 미국 내 매파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려고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긴장 완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선언을 위기 회피책으로 보고 대북 군사 옵션을 고려하려는 미국 매파 인사들의 움직임을 겨냥한 회담이라는 분석이다.

차 석좌는 “남북 정상회담에 점수를 매긴다면 분위기 측면에서는 A를, 내용적 측면에서는 B+(평균 이상)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차 석좌는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27일엔 “이번 정상회담은 비핵화에 있어 어떤 새로운 진전도 낳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비핵화의 목표를 향해 협력해 나간다는 약속은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에 나오는 ‘모든 핵무기 포기’나 1992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문’(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사용 금지 등을 담음)에도 근접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토대를 세운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공언해온 대로 핵 프로그램 종식을 이뤄내는 협상가로서의 위대한 면모를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