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계 종사자 10명 중 8명 "외국인 동료 늘면 긍정적" "소통·문화차는 아직 부담"
과학기술계 종사자 10명중 8명은 국내 연구 현장에서 활동하는 외국인이 한국의 연구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작 한국 생활에 익숙지 않는 외국인 동료를 돕는 일에는 부담을 느끼며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포스텍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브릭)와 민간 과학단체 ESC 열린정책위원회는 29일 이런 내용을 담은 ‘국내 다문화 연구실 인식도’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4월 17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설문 조사에는 전국 이공계 대학과 기관, 기업에서 일하는 교수와 연구원, 대학원생 1240명이 참여했다.

과학기술 경쟁력이 높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연구 현장과 관련 일자리를 자국민 외에도 외국인 연구자에게 적극 개방해 앞선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에도 외국인 대학원생과 연구자들이 늘고는 있지만 현장에선 언어와 연구 풍토,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만 살펴봐도 국내 과학기술 종사자와 외국인이 연구 현장에서 접촉할 기회는 크게 늘었다. 설문에 응답한 연구자 10명 중 7명(72%)은 최근 5년간 연구실에서 외국인과 함께 생활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 외국인과 생활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들은 언어 소통(36%), 문화적 차이(34%)에 가장 불편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또 전체 응답자 중 48%는 외국인에 비교해 ‘한국인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다’고 답했다. 외국인과 생활해본 응답자의 83%는 은행 업무나 행정 업무, 의식주 문제를 돕는 일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응답자의 90%는 앞으로 국내 연구 현장에서 활동할 외국인 비율이 크게 올라가거나 최소한 현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외국인 연구자가 한국 과학계에 미칠 영향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는 78%가 ‘긍정적’이라고 답하는 등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응답자들은 외국인 연구자 유입이 늘었을 때 긍정적 효과로 영어 소통 기회가 늘고, 해외의 수평적 연구 문화 유입되면서 국내 연구 풍토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꼽았다. 또 해외 연구자들과 교류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외국인과 더불어 사는 환경과 문화를 조성하는데 좀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체 응답자의 65%는 국내 연구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을 위한 별도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외국인 연구자를 위한 기관내 지원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소속 기관에 지원시스템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와 ‘모르겠다’고 답한 응답자가 각각 38%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소속 기관에 외국인을 지원하는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도 90%가 나왔다. 자세한 설문 결과는 브릭 홈페이지(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report&id=2981)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