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화 前 중기청장 "사업 시작보다 폐업이 어려운 풍토 바꿔야"
한정화 전 중소기업청장(사진)은 30일 “사업을 시작하기보다 접는 게 더 어려운 풍토를 개선해야 창업이 활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전 청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제2차 혁신벤처생태계 정기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했다. 그는 “사업 실패의 위험을 창업자가 모두 떠안아야 하는 생태계 구조가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킨다”고 강조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 청장을 지낸 뒤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로 있는 그는 “혁신 창업 생태계 활성화는 창업자의 도전정신에서 시작한다”며 “정부가 창업 안전망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융자보증 중심의 자금조달구조 △창업자 연대보증 △채무조정의 경직성 △납세채무 가산금 등 창업정신을 가로막는 요인을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재기중소기업개발원에 따르면 한 기업이 폐업하면 평균 8억8000만원의 부채와 4400만원의 세금체납이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실패한 기업인의 재기준비 비율(부도기업인재기협회 조사)은 19%에 불과했다. 한 전 청장은 “체계적 실패 관리를 통해 실패에 따른 기업가의 희생을 최소화하고 재기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며 “이들의 실패를 자산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상법에서 회사법을 분리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한 전 청장은 “이제 막 창업한 매출 1억원짜리 주식회사도 삼성 같은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상법상 규제를 받는 문제가 있다”며 “미국이나 일본처럼 회사법을 별도로 제정해 다양한 형태로 창업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포럼에는 권기환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이동원 중소벤처기업부 재기지원과장, 오상훈 럭스로보 대표 등이 참석했다. 벤처기업협회, 이노비즈협회 등 13개 벤처단체가 모여 결성한 혁신벤처단체협의회가 주최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