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잘나가니… 인증 중고차 판매도 '껑충'
수입자동차 시장의 호황이 이어지면서 수입 인증 중고차 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1987년 수입차 시장 개방 이후 누적 판매대수가 170여만 대로 늘면서 중고 수입차 거래의 토대가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78가지 ‘정밀 점검’ 통과해야 시장에

30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재규어, 랜드로버, 렉서스 등 6개 주요 수입차 브랜드의 인증 중고차 판매량은 2만3168대로 집계됐다. 전년(1만3401대)보다 72.9% 급증했다. 6827대가 팔린 2015년과 비교하면 2년 새 시장 규모가 3배 이상으로 커졌다.

수입차 잘나가니… 인증 중고차 판매도 '껑충'
인증 중고차 제도는 수입차 업체가 일정 수준 이상의 조건을 만족하는 차량을 소비자에게서 직접 사들여 중고차로 되파는 것이다. 주행 성능과 엔진, 내·외관 상태 등을 꼼꼼하게 점검해 기준을 통과한 차량만 판매한다. 업체에 따라 중고차임에도 무상 보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할부금융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도 한다.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는 수입차 브랜드는 페라리, 포르쉐 등 슈퍼카 브랜드를 비롯해 11곳이다.

BMW는 2005년 수입차업계에서 가장 먼저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했다. 2007년 653대의 인증 중고차를 판매한 BMW는 지난해 1만249대를 팔아 10년 새 판매량이 15배 가까이 늘었다. 인증 중고차 구매자에게 1년·2만㎞ 무상 보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벤츠는 BMW보다 늦은 2011년 인증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9108대를 팔아 전년(4281대)보다 판매량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올 1분기에는 2856대를 팔아 올해 판매량이 1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벤츠는 벤츠코리아가 공식 판매한 4년·10만㎞ 이내의 무사고 차량 중 178가지 정밀 점검을 거친 차량만 인증 중고차로 시장에 내놓는다. 이 회사는 수입차 업체 중 가장 많은 19곳의 인증 중고차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고 수입차 시장 신뢰 높여”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수입차 판매량이 인증 중고차 시장을 활성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량은 23만3088대로 전년(22만5279대)보다 3.5% 증가했다. 올 1분기(1~3월)에는 6만7405대가 팔리며 분기 사상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2015년의 사상 최대 기록(24만3900대)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수입차 누적 판매대수는 174만3392대로 올해 200만 대 돌파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차 판매량이 증가하는 만큼 중고차 판매량도 늘기 마련”이라며 “누적 판매대수가 쌓일수록 인증 중고차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입차 업체는 인증 중고차의 점검과 수리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인증 중고차가 중고차 시장의 신뢰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개인 간 거래보다는 인증 중고차 판매 가격이 비싸다는 점은 시장 확대의 걸림돌로 꼽힌다. 갈수록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입차 업체들이 앞다퉈 신차 값을 공격적으로 할인하는 바람에 인증 중고차와의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