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LL STREET FOURNAL 칼럼] '원숭이 셀카 소송'이 남긴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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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데니콜라 < 美 네브래스카대 교수 >
미국 연방대법원은 1884년 오스카 와일드를 찍은 사진이 단순한 기계적 복제품이 아니라 사진작가의 ‘지적 발명’의 산물이자 독창적 예술품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다고 판결했다. 그 사진작가는 운 좋게도 원숭이가 아니었다. 제9차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지난 23일 인도네시아 원숭이 ‘나루토’가 2011년 찍은 사진에 대해 (원숭이게는) 저작권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 ‘원숭이 셀카 소송’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의 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 시작됐다. 영국인 사진작가 데이비드 슬레이터는 이곳에 카메라를 놔뒀고 나루토는 그 카메라를 가지고 놀았다. 여기서 탄생한 놀라운 사진들은 입소문이 났고 동물보호단체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우하기 위한 사람들(PETA)’은 나루토를 대신해 (슬레이터와 사진 출판업체를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소송을 기각했을 뿐 아니라 슬레이터와 사진 출판업체의 소송비용을 PETA가 지급하도록 명령했다.
컴퓨터에 저작권이 있을까
이제 어려운 질문이 남았다. 원숭이가 저작권을 소유하지 않는다면 누가 소유하는가. 현재로선 아무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미국 저작권청의 가이드북은 “만약 인간이 이 작품을 만들지 않았다면 저작권 등록을 거부할 것”이라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인간의 창조성이 개입되지 않고 무작위 또는 자동으로 작동하는 기계적인 과정에 의해 생산된 것”을 저작권에서 배제한다.
동물은 인간의 문화나 경제에 가치 있는 지적 기여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계는 어떤가. 컴퓨터는 2년마다 성능이 두 배로 향상되며 그림을 그리고, 작곡을 하고, 글을 쓸 수 있다.
원숭이는 저작권을 가질 수 없고 컴퓨터나 인공지능 프로그램도 저작권을 소유해선 안 된다. 그렇다고 원숭이와 기계가 만든 모든 작품이 사유재산이 아니라는 의미일까. 그런 규칙은 컴퓨터로 생산됐지만 인간이 창조한 작품과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가치와 독창성을 지닌 작품의 지위를 위협한다.
컴퓨터로 만든 작품에 대한 저작권청의 반감은 미국 헌법의 특허 및 저작권 조항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의회는 “작가와 발명가들에게 일정 기간 저작권을 보장함으로써 과학과 유용한 예술의 발전을 촉진할 권한”을 갖는다.
원숭이나 기계로까지 저작권 보호를 확장한다고 해서 이들에게 ‘과학과 유용한 예술’을 만들 동기가 부여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컴퓨터로 만들어진 작품은 인간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개선하고, 보급하고, 사용해야만 가능하다.
프로그래머 등 창작자 보호해야
문제는 컴퓨터가 저작권을 소유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개인이나 기업이 컴퓨터로 창조한 작품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고용주는 직원의 생산품에 대해 저작권을 갖는다. 마찬가지 논리로, 가치 있는 작품을 생산하는 컴퓨터를 ‘고용’한 사람에게도 저작권 보호법이 적용돼야 하지 않을까.
영국 인도 등 몇몇 국가에서는 이미 컴퓨터로 작품을 창작하는 사람들에게 저작권을 부여하고 있다. 미국인들을 ‘원숭이’로 만들어 창의적인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사용자들이 해외로 이탈하는 것을 막으려면 미국도 이런 움직임에 합류해야 한다.
◇이 글은 네브래스카대 법학과 교수인 로버트 데니콜라와 리처드 둘링이 ‘Monkeying Around With Copyright Law’라는 제목으로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정리=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독점제휴
이 ‘원숭이 셀카 소송’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의 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 시작됐다. 영국인 사진작가 데이비드 슬레이터는 이곳에 카메라를 놔뒀고 나루토는 그 카메라를 가지고 놀았다. 여기서 탄생한 놀라운 사진들은 입소문이 났고 동물보호단체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우하기 위한 사람들(PETA)’은 나루토를 대신해 (슬레이터와 사진 출판업체를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소송을 기각했을 뿐 아니라 슬레이터와 사진 출판업체의 소송비용을 PETA가 지급하도록 명령했다.
컴퓨터에 저작권이 있을까
이제 어려운 질문이 남았다. 원숭이가 저작권을 소유하지 않는다면 누가 소유하는가. 현재로선 아무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미국 저작권청의 가이드북은 “만약 인간이 이 작품을 만들지 않았다면 저작권 등록을 거부할 것”이라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인간의 창조성이 개입되지 않고 무작위 또는 자동으로 작동하는 기계적인 과정에 의해 생산된 것”을 저작권에서 배제한다.
동물은 인간의 문화나 경제에 가치 있는 지적 기여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계는 어떤가. 컴퓨터는 2년마다 성능이 두 배로 향상되며 그림을 그리고, 작곡을 하고, 글을 쓸 수 있다.
원숭이는 저작권을 가질 수 없고 컴퓨터나 인공지능 프로그램도 저작권을 소유해선 안 된다. 그렇다고 원숭이와 기계가 만든 모든 작품이 사유재산이 아니라는 의미일까. 그런 규칙은 컴퓨터로 생산됐지만 인간이 창조한 작품과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가치와 독창성을 지닌 작품의 지위를 위협한다.
컴퓨터로 만든 작품에 대한 저작권청의 반감은 미국 헌법의 특허 및 저작권 조항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의회는 “작가와 발명가들에게 일정 기간 저작권을 보장함으로써 과학과 유용한 예술의 발전을 촉진할 권한”을 갖는다.
원숭이나 기계로까지 저작권 보호를 확장한다고 해서 이들에게 ‘과학과 유용한 예술’을 만들 동기가 부여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컴퓨터로 만들어진 작품은 인간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개선하고, 보급하고, 사용해야만 가능하다.
프로그래머 등 창작자 보호해야
문제는 컴퓨터가 저작권을 소유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개인이나 기업이 컴퓨터로 창조한 작품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고용주는 직원의 생산품에 대해 저작권을 갖는다. 마찬가지 논리로, 가치 있는 작품을 생산하는 컴퓨터를 ‘고용’한 사람에게도 저작권 보호법이 적용돼야 하지 않을까.
영국 인도 등 몇몇 국가에서는 이미 컴퓨터로 작품을 창작하는 사람들에게 저작권을 부여하고 있다. 미국인들을 ‘원숭이’로 만들어 창의적인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사용자들이 해외로 이탈하는 것을 막으려면 미국도 이런 움직임에 합류해야 한다.
◇이 글은 네브래스카대 법학과 교수인 로버트 데니콜라와 리처드 둘링이 ‘Monkeying Around With Copyright Law’라는 제목으로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정리=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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