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명균, 남북회담 설명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가 3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4·27 남북한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방문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조명균, 남북회담 설명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가 3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4·27 남북한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방문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30일 “이번 남북한 정상회담 결과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연일 “위장 평화쇼”라고 비판을 해온 데서 더 나아가 회담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홍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회담은) 한반도 위기의 원인을 미국 등 외부에 돌리고 ‘우리 민족끼리’라는 허황된 주장에 동조한 것”이라며 “깜짝 이벤트는 차고 넘쳤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하나도 해결이 안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핵 없는 한반도’라는 모호한 문구를 삽입해 향후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미국의 핵우산 정책을 무너뜨릴 빌미만 제공했다”며 “안보의 자발적 무장해제”라고 맹비난했다.

홍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각계가 회담 결과를 환영하는 분위기 속에서 홀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우리가 남북 간 대화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며 “북핵 폐기 없는 어떠한 회담도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남북 정상 합의문에 따른 국회 비준 동의 등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재정 부담이 소요되는 국가 간 조약이 아닌, 남북 간 정치적 선언 자체에 국회 비준을 받은 적은 여태껏 없었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홍 대표는 그동안 크고 작은 북한의 국지 도발에 대한 명확한 북측 사과가 없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침략 행위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고, 그 흔한 유감 표명 한 줄 없었다”며 “국제사회의 제재 무력화를 노린 북한의 요구는 사실상 모두 들어줬다”고 정상회담을 평가 절하했다.

한국당 원내지도부도 홍 대표와 보조를 맞췄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현 정부가 개헌 때처럼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쪼개 팔기로 장사하면서 쇼통, 광팔이 정권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숱한 정치적 수사들로 포장했지만 북핵이 폐기된 것도, 북한이 개혁·개방을 통해 문을 연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북핵폐기추진위원장인 김무성 의원도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남북관계 전문가 토론회에서 “북핵 문제는 선언문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찾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마지막 항에 단 3줄 포함되는 데 그쳤다”고 깎아내렸다.

이런 가운데 지방선거에 출마한 광역단체장들은 당 지도부의 강경 노선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당 소속인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홍 대표 등 당 지도부가)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자기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특히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몰상식한 발언이 당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날 저녁 홍 대표 주재로 열린 소속 의원 전체 만찬에서도 비홍준표계 의원들은 상당수 불참했다. 만찬에 불참한 한 중진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홍 대표가 남북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극우 이미지만 더 강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