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노동절에 되새겨본 공공고용
작년 이맘때쯤 ‘공공부문 일자리 80만 개’라는 대선 공약이 나오자 많은 이들이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쉬운 일자리, 국민 세금 부담, ‘철밥통’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적인 입장을 떠나 공공부문 일자리에는 곱씹어 보아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공공부문 일자리는 대부분 보육, 교육, 보건의료, 사회복지, 문화 등 돌봄 노동을 위한 것이다. 생산성은 낮으면서 국민 세금만 축내는 ‘철밥통’ 일자리가 아니다. 아이들을 충분한 시간 맡아 주는 보육교사, 간호·간병을 도맡아 주는 병동간호사, 집으로 찾아오는 사회복지사와 방문간호사, 창의력을 키워주는 교사, 도서관의 사서 등이다. 한국에서는 이런 서비스가 너무 부족하다. 공공어린이집, 공공요양시설 등에는 줄을 서서 기다린다. 믿을 수 있는 공공병원, 동네 도서관도 절실하지만 추가 공급은 언제 될지 알 수 없다. 삶은 불안하고 팍팍한데 나의 삶을 보살펴줄 나라의 따뜻한 손길은 느낄 수 없다.

왜 그럴까? 이유는 물론 복지 발전이 국민의 요구에 비해, 경제 수준에 비해 지체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국가가 고용한다’는 개념이 약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공공고용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8.1%다. 하지만 한국은 7.6%에 그친다. 사회서비스 제공자로서, 또한 고용자로서의 정부 역할이 극히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은 복지뿐 아니라 고용시장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OECD 평균과 한국의 공공고용 일자리 격차는 360만 개다. 그런데 지금 임금근로자 수는 1998만 명밖에 안 된다. 단순 계산을 할 수는 없지만 공공고용의 미발달이 일자리 공급에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OECD 평균 공공고용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청년실업, 여성 고용 부진과 경력단절, 중장년 일자리 부족, 기형적으로 많은 자영업자 등의 바탕에는 공공고용 부족이 있다. 한국 고용시장은 정상적으로 확대돼야 한다.

“일자리는 ‘시장에서만’ 만드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일자리는 시장뿐 아니라 정부, 제3섹터가 ‘같이’ 만드는 것이다. 노동절인 5월1일, 일자리 부족과 사회안전망의 허술함에 불안해하는 노동자들의 아픔에 귀를 기울여보자. 한국 국민은 오랫동안 근로소득 부족과 공적이전소득 부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