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아파트 매매가 강동 추월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동작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0.26% 상승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이 올랐다. 최근 3주째 상승률 1위를 독주 중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강남권과 함께 오르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이 본격적인 조정을 받으며 내리막을 걸은 반면 동작구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웃돈은 무섭게 붙고 있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사당동 ‘래미안이수역로이파크’ 전용 84㎡는 분양가의 두 배 수준인 12억~15억원에 매물이 나온다. 입주 예정 단지들의 분양권엔 3억~4억원 정도의 프리미엄이 생겼다. 상도동 ‘e편한세상상도노빌리티’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달 10억5000만원에 손바뀜해 분양가 대비 3억원가량 올랐다. 흑석동 ‘흑석뉴타운롯데캐슬에듀포레’의 같은 면적은 연초 9억5000만원에 실거래된 뒤 최근 11억원을 호가한다. 올해 30년차로 재건축 연한을 맞은 한강변 ‘명수대현대’ 전용 84㎡의 매매가격도 9억9500만원까지 올랐다.
새 아파트가 거의 예외없이 10억원을 넘어서자 동작구 주민들은 ‘신 강남4구’라며 흥분하고 있다. 강동구 대장 아파트 시세를 넘어선 까닭이다. 강동 지역 시세를 이끄는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와 ‘고덕아이파크’ 전용 84㎡의 호가는 11억원대다. 천호동 ‘래미안강동팰리스’는 11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동작구의 강남4구 편입은 이곳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캐치프레이즈이기도 하다. 사당동 한국전력 남부지사 개발과 흑석동에 고등학교를 유치하는 것이 나 의원의 현안 가운데 하나다.

일대가 들썩이는 배경엔 뉴타운(재정비촉진사업)이 있다. 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주변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동안 저평가됐던 가격이 본격적인 ‘갭 메우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 관련 규제가 강해지자 투자수요가 재개발로 이동한 영향”이라면서 “사업이 진척 중인 곳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 시세를 따라가려는 ‘캐치 업’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원지는 흑석뉴타운이다. 11개 구역 가운데 정비구역이 해제된 10구역을 제외하고 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4·5·6구역은 입주를 마쳤고 7구역(아크로리버하임)과 8구역(롯데캐슬에듀포레)은 연말께 집들이를 한다. 9구역은 시공사를 선정 중이고 3구역은 착공을 앞두고 있다. 흑석동 H공인 관계자는 “3구역에서 전용 84㎡를 분양받을 수 있는 매물의 프리미엄은 3억원 중후반대”라고 전했다. 입주권을 얻기 위해 경매를 통해 도로용지에 우회투자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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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을 재료로 땅값은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동작구 땅값은 올해 1분기 2.25% 올라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흑석동(4.85%)과 노량진동(4.81%)이 상승을 이끌면서 용산구(2.24%)와 부산 해운대구(2.03%)를 앞질렀다. 아파트 매매가격은 3.3㎡당 평균 2000만원 선을 넘겼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동작구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2051만원이다. 준공 5년 이내 신축 아파트의 경우 3.3㎡당 2349만원이다.
노량진동 S공인 관계자는 “정비사업이 진행될수록 입지의 가치가 조명받을 것”이라면서 “서부선 경전철이 확정된다면 시세 상승은 더욱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부선 경전철은 응암동 새절역에서 노량진역을 거쳐 서울대입구역까지 16.23km를 잇는 노선으로 서울시가 현재 사업성을 검토 중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동작구는 여의도를 비롯해 광화문과 강남 등 서울 주요 도심 접근성이 뛰어난 장점이 있다”면서 “일대 정비사업 일반분양을 기다리는 수요자가 많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