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3D 기술로 적혈구 노화 진단한다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과 입체(3D) 이미지 기술을 이용해 질병 진단에 활용되는 적혈구 상태를 관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상준 포스텍 교수(사진) 연구진은 AI와 디지털 홀로그래픽 기술을 이용해 적혈구 노화를 진단하는 기법을 개발했다고 30일 발표했다.

혈액 성분 중 하나인 적혈구는 몸속 곳곳에 산소를 운반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사람 혈액이 빨갛게 보이는 것도 적혈구 때문이다. 적혈구는 질병을 가늠하고 혈액 보관 상태를 판별하는 중요한 가늠자로 활용된다. 병에 걸리면 적혈구 형태가 바뀌고 산소 이온 전달 능력이 떨어지면서 순환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질병을 진단하려면 먼저 적혈구 모양과 노화 상태를 파악해야 하지만 기존 방식인 광학현미경으로는 정확도가 높지 않았다.

연구진은 디지털 홀로그래픽 현미경을 이용해 적혈구 3차원 입체사진(홀로그램)을 촬영하고 적혈구 형태를 분류하는 12가지 특징을 추출했다. 레이저를 시료에 쏘이면 겹친 빛의 파동이 커지면서 줄어드는 간섭현상이 생기는데 여기서 입체 효과가 나타난다. 이를 이용해 적혈구 둘레와 투영면적 등 형태적인 특징, 광학적 특징을 구했다.

연구진은 이런 특징을 AI에게 학습시킨 결과 혈액 노화에 따라 형태가 다른 세 가지 적혈구를 97% 정확도로 분류하는데 성공했다.

이 교수는 “일반 광학현미경을 통해서는 찾지 못한 새로운 적혈구의 분류 특징을 알아내고 유형을 정확히 식별할 수 있게 됐다”며 “당뇨와 말라리아 같은 혈구성 질환을 자동으로 식별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사업 지원을 받았으며 국제학술지 바이오센서 앤 바이오일렉트로닉스 30일자에 소개됐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