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보여주기에 그친 '통합감독 세미나'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다동 예금보험공사 2층 소회의실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주관으로 열린 ‘금융그룹 통합감독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는 7월 금융그룹의 자본적정성 및 위험관리 체계 등에 대한 통합감독 시범 시행을 앞두고 관련 금융회사 임직원들에게 새 제도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통합감독 대상이 되는 교보생명과 롯데, 미래에셋, 삼성, 한화, 현대자동차, DB 등 7개 금융그룹 재무·리스크관리 담당 임직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하지만 이날 세미나에선 금융위와 금감원 간부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 설명도 금융위 담당 사무관 발표로 진행됐다. 이마저도 금융위가 지난달 3일 발표한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과 똑같은 내용이었다. 언론을 통해 해당 그룹 임직원들이 이미 모두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는 얘기다.

관련 금융회사 임직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자본적정성 지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의 핵심은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비금융계열사 지분의 상당 부분만큼을 추가 자본으로 확충하라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본 확충 규모를 계산하는 방식은 오는 6월께 초안을 내놓은 후 연말에 확정한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렇다 보니 세미나가 진행되면서 지루해하는 임직원들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대놓고 잠을 청하는 사람도 보였다. 발표가 끝난 후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엔 단 한 명도 질문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밝힌 이날 세미나 개최 취지는 시범 시행을 앞두고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에 대한 이해를 돕겠다는 것이었다. 금융당국의 이런 의도를 폄하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익히 알려진 내용을 공식 석상에서 되풀이해 설명하는 건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차라리 개별 그룹과의 간담회를 통해 제도 시행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맞춤형 설명’을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금융당국이 여는 설명회가 업계와 소통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보여주기식 행사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