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한 '한반도 비핵화' 외교
유엔 사무총장과 30분 통화
문 대통령 "유엔 총회·안보리 통해 판문점 선언 지지" 요청도
구테흐스 "군축 협상도 지원"
'北 비핵화' 반대급부로 거론된
유엔의 對北제재 완화 고려한 듯
문 대통령은 이날 구테흐스 총장과 한 30여 분간 통화에서 “북한 핵실험장 폐쇄 현장을 유엔도 함께 확인해 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남북한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 가운데 비무장지대의 실질적 평화지대화를 소개하면서 그 과정에 유엔도 참관하고 이행을 검증해달라”면서 “유엔이 총회나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남북한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을 합의하고 지지해주는 선언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에 대해 “기꺼이 협력할 용의가 있다”며 “문 대통령의 요청이 유엔 안보리의 승인이 필요한 사항들이지만 한반도 평화 정착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또 “유엔의 군축담당 책임자를 한국 정부와 협력하도록 하겠다”며 종전선언 후 남북 군축 협상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구테흐스 총장은 지난달 27일 나온 남북 정상회담 판문점 선언에 대해 “남북 지도자의 진정한 역사적 회담에 갈채를 보낸다”며 “세계의 많은 사람이 한반도에서의 화합과 평화를 위해 함께 한 남북 두 지도자의 강력한 이미지에 감동했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이 구테흐스 총장에게 유엔의 참여를 요청한 것은 한반도 정세에서 유엔의 역할을 크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가 급물살을 타면 가장 먼저 움직여야 할 곳 중 하나가 유엔으로 꼽힌다.
유엔 안보리는 2016년 이후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강력한 대북제재안을 통과시켜왔다. 지난해 8월 대북제재 2375호를 통해 북한산 광물과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 데 이어 한 달 뒤엔 대북 석유 공급을 제한했다. 대북 합작 사업의 신설뿐만 아니라 기존 합작 사업을 폐쇄하고 대규모 현금 유입도 차단해 유엔의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남북경협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유엔의 대북제재 등이 언급됐느냐’는 질문에 “오늘 통화에서 그런 내용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유엔의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참관과 관련해 “유엔이 핵실험장 폐쇄를 참관하고 검증한다면 그건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