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일본 도시바가 올 들어 은행 대출금을 대거 갚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주도하고 있는 은행권 영향력을 줄이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도시바메모리와 관련해서는 중국 정부의 반독점 심사 지연으로 매각 철회설이 나오고 있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주요 거래 은행의 도시바에 대한 대출잔액은 5000억엔(약 4조8937억원)으로 최근 3개월 동안 4000억엔(약 3조9149억원) 가까이 줄었다. 올 들어서만 은행권 부채 규모가 40%가량 감소한 것이다.

주거래 은행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과 미즈호은행의 대출잔액은 각각 800억엔(약 7829억원)으로 올 들어 60% 급감했다.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 미쓰비시UFJ은행 등 다른 6개 주요 은행의 대출잔액도 모두 줄었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황에 힘입어 반도체 사업 수익성이 개선된 도시바가 벌어들인 돈을 은행 대출금 상환에 우선 집행한 데 따른 분석된다.

관심은 도시바가 대출금 상환에 집중하는 배경에 쏠리고 있다. 대출잔액이 감소하면 도시바에 대한 은행 영향력이 줄어든다. 도시바에 거액을 빌려준 은행들이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강하게 압박한 점을 고려하면 도시바가 도시바메모리 매각 철회와 같은 독자 행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도시바메모리 매각과 관련한 반독점 심사가 5월 말까지 통과하지 못하면 매각 작업을 중단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대신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확보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