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물벼락 갑질' 논란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손등으로 (컵을) 밀쳤는데 음료수가 튀어서 피해자들이 맞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2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음료가 담긴 종이컵을 사람을 향해 뿌린 것이 아니다"라며 "자리에 앉은 상태에서 출입구 방향으로 (컵을) 손등으로 밀쳤는데 음료수가 튀어서 피해자들이 맞았다"고 진술했다

마치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 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던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에 대한 강민창 치안본부장의 발표문을 연상케 한다.

강서경찰서는 조씨를 전날 오전 10시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고 약 15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2일 새벽 귀가했다.
'물벼락 갑질' 논란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가 2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물벼락 갑질' 논란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가 2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람쪽으로 던진 게 아니다"라는 조씨의 발언은 물컵 등을 사람을 향해 던졌을 경우 특수폭행으로 처벌이 가중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회의를 중단해 업무를 방해한 혐의에 대해서는 "내가 해당 업무에 대한 결정 권한이 있는 책임자"라며 본인의 업무에 해당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대한항공 관계자와 수습 대책을 상의하기는 했지만 게시글을 삭제하거나 댓글을 달도록 하는 증거인멸을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조사 내용과 확보한 증거들을 토대로 조 전 전무에 대한 신병처리 방향을 검토할 예정이다.
조사 마친 '물벼락 갑질' 논란 조현민  (사진=연합뉴스)
조사 마친 '물벼락 갑질' 논란 조현민 (사진=연합뉴스)
앞서 조 전무는 광고대행사와 미팅에서 고성을 지르며 '물벼락' 갑질을 일으켰으며 내부 직원은 이런 고성이 일상적인 조 전무의 모습이라며 회사 간부에게 폭언과 고성을 지르는 음성파일을 공개한 바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