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M이 제작해  EBS에서 방영한 애니메이션 ‘레인보우 루비’.
CJ E&M이 제작해 EBS에서 방영한 애니메이션 ‘레인보우 루비’.
종합콘텐츠기업 CJ E&M은 요즘 ‘레인보우 루비’ 시즌2 제작에 한창이다. EBS가 지난해 3월 첫 방송한 뒤 호평을 얻으며 북미 유럽 아시아 등지의 30여 개 채널과 배급계약을 맺었다. 루비란 이름의 소녀가 곰인형 초코와 함께 장난감 마을 레인보우 빌리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루비는 친구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미용사, 소방관, 파일럿, 과학자, 배관공 등 다양한 직업인으로 변신해 해결해준다.

女주인공 애니메이션 '봇물'… 지금은 소녀시대
여주인공을 앞세운 방송 애니메이션들이 쏟아지고 있다. 남성 주인공이 압도적인 애니메이션 시장 판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 애니메이션 전문채널 투니버스는 지난달 2일 평범한 소녀가 위기의 순간에 마법을 써 슈퍼히어로로 변신, 프랑스 파리를 구하는 한국·프랑스 합작 ‘미라큘러스: 레이디버그와 블랙캣2’를 방송 개시했다. 투니버스는 지난달 4일에는 마법소녀의 모험을 그린 일본 원작 ‘카드캡터 사쿠라’를 국내 버전으로 더빙한 ‘카드캡터 체리’를 방영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는 1990년대 추억의 애니메이션 ‘세일러문’을 리메이크한 ‘세일러문 크리스탈’ 시즌2를 내보내고 있다. 지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악당과 싸우는 소녀들의 이야기다.

MBC는 초등 여학생들의 꿈과 우정을 그린 ‘프리 파라’를 인기리에 방송 중이다. 애니맥스채널은 ‘엉뚱발랄 콩순이와 친구들’(이하 콩순이) 시즌5를 하반기부터 방송할 예정이다. 방송 애니메이션 중 여주인공 비율이 지난해까지 전체의 10% 안팎에서 올 들어 20% 선으로 늘어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남아 주인공의 작품들이 많이 제작된 것은 로봇 완구의 단가가 높고 매출도 크기 때문. 최근 여아 주인공을 내세운 애니메이션 관련 캐릭터 상품 매출도 로봇 완구와 대등할 정도로 커졌다는 분석이다.

‘레인보우 루비’의 경우 스티커 등 다양한 문구류와 함께 루비가 끌고 다니는 여행가방이 잘 팔리고 있다. CJ E&M 관계자는 “여행가방은 로봇만큼 단가가 높다”며 “여아 캐릭터 완구는 좀 더 긴 호흡으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2014년 미취학 여아 주인공을 처음 등장시킨 ‘콩순이’를 제작한 강문주 엔팝 대표는 “남아 주인공 애니메이션 제작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블루오션을 찾아 여아 주인공 작품이 늘어나고 있다”며 “시장이 세분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미취학 아동을 타깃으로 한 애니메이션들이 예전에는 ‘뽀로로’처럼 성별을 구분하지 않았지만 ‘콩순이’가 처음으로 성별을 구분한 후 시장에서 받아들여졌다.

남아 주인공을 앞세운 애니메이션들은 ‘때리고 쳐부수는’ 이야기가 많지만, 여아를 주인공으로 한 최근 애니메이션들은 생활밀착형 스토리가 많다는 게 특징이다. ‘콩순이’는 감성적인 스토리로 인기를 얻었다. 엄마와 딸의 관계를 섬세하게 접근한 결과 엄마들의 호응이 컸다. ‘콩순이’를 즐겨 시청하는 한 주부는 “어린이집에서 폭력성이 적은 여아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 파라’는 소녀들이 교내 스타가 되기 위해 서로 도와주면서 우정을 키워가는 이야기로, ‘왕따’를 경계하는 교육적 내용도 담고 있다.

이들 작품의 주 시청자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 어린이들이다. ‘프리 파라’를 제작한 동우애니메이션 관계자는 “남자 어린이들은 6개월도 안돼 다른 작품으로 갈아타기 십상이지만 여자 어린이들은 변덕이 심하지 않고 꾸준히 본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