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사진)이 1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는 수출국에 유리하게 만들어진 과거의 무역규칙”이라고 말했다. 미국 무역법 301조 등을 앞세워 무역적자 축소 등을 위한 무역규제를 지속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로스 장관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베벌리힐스 힐튼호텔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2018’에 참석해 “(중국과의 통상전쟁에 따른) 위험을 감당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은 다자간 무역 질서를 훼손하는 조치를 잇따라 취하고 있다. WTO 분쟁에서 패소하고도 후속 절차를 이행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고, 무역법 301조와 232조 등을 동원해 무차별적인 무역규제에 나서 세계 각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

로스 장관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도 “결함이 있으며 (조기 복귀는) 조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오늘 내일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해 1월 TPP에서 탈퇴했으며 일본 캐나다 멕시코 호주 등 11개국만 협정을 발효했다.

로스 장관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제경제위원회(NEC) 위원장,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등과 협상팀을 이뤄 3~4일 중국을 방문한다.

그는 미·중 통상전쟁과 관련해 “행동할 때가 됐다”며 “위험 감당 없이 어떻게 무역적자를 줄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태양광 패널에 관세를 매겼더니 미국에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으며, 세탁기에 관세를 부과하자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미국에 공장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대미 무역 흑자를 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쟁을 하면 중국이 잃을 게 더 많다”며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거기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전날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멕시코의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유예 기간을 당초 예정된 5월1일에서 한 달 더 연장하기로 했다. 로스 장관은 “백악관은 오래 끌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베벌리힐스=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